공개극본

Public Scriot Plays

(일반동화) 에너지관리공단 - 꼬마 북극곰 밥과 남극새 위피의 여름이야기

작성자
인형극단 친구들
조회
495
에너지관리공단 2000년 창작동화부분- 최우수 】



꼬마 북극곰 밥과 남극새 위피의 여름이야기


-심 미 경 : 대전광역시 서구 -

꼬마 북극곰 밥은 차가운 얼음으로 덮인 북극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친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햇님을 너무나 좋아하는 밥이 따뜻한 햇살을 듬뿍 받고 싶어서 북극을 떠나왔기 때문입니다. 밥과 함께 사는 친구 남극새 위피는 밥이 햇님을 좋아하는 것만큼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밥과 위피, 둘은 정말 사이좋은 친구로 가끔 위피가 심한 장난을 치거나 제멋대로 고집을 부릴 때도 있지만 밥은 결코 위피에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다만 위피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꼭 설명을 해줍니다. 어느 날 위피가 달력을 넘기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밥에게 말했습니다.

"밥 어떡하지. 벌써 여름이 와버렸어."

"그렇구나. 여름이 왔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밥이 대답했습니다. 밥과 위피는 햇님이 더욱 아름답고 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는 여름을 좋아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둘 다 고향이 추운 극지방으로 몸이 털에 싸여있어서 무더운 날씨에 적응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밥과 위피에게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위피는 가게로 달려가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과일을 사다 냉장고를 가득 채웠습니다.

"밥, 이리 좀 와봐. 냉장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그래?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냉장고 문을 열어본 밥은 깜짝 놀랐습니다. 냉장고 속이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과일로 빈틈없이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피, 냉장고를 이렇게 빈틈없이 가득 채우면 어떻게 해."

"왜? 냉장고가 먹을 것으로 가득 차있으면 기분이 좋잖아."

"냉장고에 이렇게 음식을 가득 채우면 안 돼."

"그럼 얼마나 넣어야 하는데?"

"냉장고가 보관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은 냉장고 크기의 60%가 가장 적당해. 60%이상 음식을 넣으면 10%마다 전기소비량이 3.6%씩 늘어나게 되거든. 또 냉장고 수명도 짧아지고."

"그래서 이상한 소리가 난 거구나. 앞으로는 음식을 살 때는 적당히 사야겠는걸."

위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잠시 후 무더위를 잊기 위해 재미있는 공상 과학 소설을 읽고 있던 밥에게 냉장고의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밥이 냉장고를 바라보니 위피가 쉴 새 없이 냉장고 문을 열고 닫으며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꺼내 먹고 있었습니다. 밥은 위피에게 냉장고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위피의 마음이 상할 것 같아서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위피는 아예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위피, 지금 뭐하고 있는 거니?"

밥이 위피에게 물었습니다.

"보면 몰라. 차갑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잖아. 너도 먹을래?"

양손에 든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딸기 아이스크림을 번갈아 먹으며 위피가 대답했습니다.

"아니, 난 먹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지금 네가 무엇을 먹고 있는 지를 묻는 것이 아니야. 왜 이렇게 냉장고 문을 열고 있는지를 묻는 거지."

"시원하잖아. 그러지 말고 너도 여기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어봐. 꼭 고향에 온 것 같아."

딸기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위피가 말했습니다.

"위피야, 냉장고를 좀 만져봐.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냉장고는 숨을 헐떡이다 못해 펄펄 열이 나고 있었습니다.

"어어, 정말이네. 열이 나고 있잖아. 우리 냉장고 감기에 걸렸나봐."

"아니야. 우리 냉장고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어."

"아냐, 내 말이 맞아. 우리 냉장고는 감기에 걸렸어. 이렇게 열이 나는 걸."

"냉장고에서 열이 나는 것은 감기 때문이 아니야."

"그럼 왜 열이 나는데?"

"냉장고가 열이 나는 건 네가 냉장고 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야. 냉장고 문을 열어 놓으면 냉장고 안에 있던 찬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그만큼 더운 공기가 냉장고에 들어오게 되기 때문에 냉장고는 더 많은 전기를 먹고 문이 닫혀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써야해. 그리고 그건 문을 열어 놓았을 때뿐만이 아니야. 너무 자주 냉장고 문을 열고 닫아도 냉장고가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낼 때에는 먹을 것을 미리 생각해 한 번에 꺼내 놓고 먹는 것이 좋아."

"쳇-,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리고 아이스크림 같은 건 냉장고에서 꺼내 놓으면 녹아버린단 말이야."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아. 배탈이 날 수 있거든."

"내가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밥 너는 친구인 나보다 냉장고를 더 좋아하는 구나. 그렇지?"

위피는 잔뜩 심통이 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 난 네게 냉장고를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려고 한 것 뿐이야."

"됐어. 그만해. 그렇지 않아도 날씨도 더운데 너랑 계속 얘기하다가는 더위에 지쳐서 쓰러지고 말 거야. 아이- 더워. 말을 많이 했더니 더 덥네. 목욕이나 해야지."

라고 말한 뒤 위피는 목욕탕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목욕탕에 들어간 위피는 커다란 욕조 가득 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위피, 집에서 하는 가벼운 목욕은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사용하는 것보다는 샤워기를 이용해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니. 물 절약도 할 수 있고 말이야. 특히 여름은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계절이라서 모두가 물을 더 아껴 쓰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밥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위피는 더욱 물을 세게 틀어 놓으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야- 잔소리 대장, 내가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던 말던 네가 무슨 참견이야. 너 나 혼자 차가운 물 속에 시원하게 있으니까 셈이 나서 그러는 거지.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하면 될 것 아냐."

하고 말하며 위피는 수도꼭지를 잠그지도 않고 욕조 안에서 헤엄을 쳤습니다. 밥은 자기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위피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꾹 참고 다시 한번 얘기했습니다.

"위피, 물을 아껴 쓰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야."

"에이- 귀찮아."

위피는 목욕탕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밥은 위피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날 오후 내내 위피는 자기 방에 틀어 박혀 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을 잔뜩 틀어 놓은 채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위피를 걱정하는 마음에 밥은 가끔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 것을 권했지만 오히려 위피는 밥에게 마구 화를 내며 잔소리 대장 얘기는 듣고 싶지 않으니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 날 저녁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온 밥이 막 샤워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위피의 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밥이 위피의 방문을 열자 차가운 방 한가운데 위피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밥이 위피를 끌어안자 위피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습니다.

"나 머리하고 배가 너무 아파."

하고 말하며 위피는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밥은 응급 구조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잠시 후 구조 대원 아저씨들이 와서 위피를 구급차에 태웠습니다. 물론 밥도 위피를 따라 구급차를 탔습니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밥은 위피의 손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입원을 한 위피는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고 커다란 주사를 세 대나 맞은 뒤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위피가 잠든 동안 밥은 위피의 침대 옆에 앉아 이불도 잘 덮어주고 이마의 땀도 닦아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위피는 잠에서 깨어나 열심히 자신을 간호하고 있는 밥을 보았습니다. 위피는 그제야 지금까지 밥이 자신에게 한 말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꼭 지켜야 할 정말 중요한 일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위피가 눈을 뜬것을 보고 밥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밥은 위피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위피야 괜찮아? 나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 미안해."

"아니야. 오히려 네 마음을 몰라준 내가 더 미안한 걸."

위피도 밥의 손을 꼭 쥐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간호사 누나가 와서 밥에게 의사 선생님이 위피를 진찰실로 데려 오라고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밥은 위피를 데리고 진찰실로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하얀 가운을 입고 계셨습니다.

"안녕, 위피 몸은 좀 어떠니?"

의사 선생님은 부드럽게 웃으시며 위피에게 물으셨습니다.

"괜찮아요. 이제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치료를 잘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위피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밥도 위피와 함께 의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정말 다행이구나. 그런데 위피야, 어제 네가 왜 그렇게 아팠는지 알고있니?"

의사 선생님께서 다시 물으셨습니다.

"아뇨, 잘 모르겠는데요."

위피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밥은 알 수 있겠니?"

의사 선생님은 밥에게도 물으셨습니다.

"에어컨을 너무 오랫동안 세게 틀어 놓고 있어서 병에 걸린 것 같아요."

"그래 맞았다. 어제 위피는 에어컨을 너무 세게 오랫동안 켜놓고 있어서 병이 난 것이란다. 여름철에 덥다고 무조건 에어컨을 세게 오랫동안 켜놓는 것은 좋지 않단다."

"그럼 더운데 어떻게 해요?"

위피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실내 온도를 26도에서 28도로 유지하고 실외와의 온도 차이는 5도 이상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단다. 또 가끔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켜주는 것도 아주 중요해. 하지만 되도록 이면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선풍기를 켜는 것이 보다 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지."

"밥, 일석이조가 뭐야?"

"응. 그건 돌을 한 개 던져서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뜻이야."

"뭐, 새를 잡는다고?"

일석이조의 뜻을 안 위피가 깜짝 놀라자 의사 선생님은 껄껄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좋은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에어컨 한 대를 사용하는데 드는 전기로 선풍기는 30대나 사용할 수 있단다. 하지만 선풍기도 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아. 모터가 과열되어 효과가 떨어지고 기계에 무리가 올뿐만 아니라 우리 건강에도 좋지 않거든. 특히 잠들기 전에는 선풍기를 끄는 것이 아주 중요해.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요?"

위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날 또 만나게 될 거야. 물론 크고 아픈 주사들도 다시 맞아야 할 테고."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위피와 밥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더운 여름일수록 무조건 찬 음식이나 선풍기, 에어컨을 가까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단다. 독서를 하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한 뒤 충분히 잠을 자면 더위를 쉽게 물리칠 수 있지."

"아-, 그렇구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위피는 앞으로는 덥다고 무조건 더위를 피해 숨을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더위와 맞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전기와 에너지를 마구 낭비해 소중한 친구인 밥과 다투는 어리석은 일도 없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위피와 밥은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파란 하늘에는 햇님이 방끗 웃으며 밥과 위피에게 사랑이 담긴 금빛 햇살을 뿌려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