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극) 놀개울에 부는 바람
작성자
인형극단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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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개울에 부는 바람
극본 이한영
때 : 여름
곳 : 놀개울
나오는 사람들 : 재갈이, 재록이, 엄마가재, 다람쥐, 청설모, 퉁사리, 물매암이, 소금쟁 이, 다슬기, 아이 1, 아이 2
무대 : 숲이 우거진 개울이다.
맑은 개울물이 무대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고, 주변의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보인다. 무대 한 편에 바위도 하나 있다.
1
막이 열리면 매미소리 신나게 들려오고, 사이사이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재갈이와 재록이가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다.
엄마가재 : (막 뒤에서 소리만) 재갈아-, 재록아-
재록이 : (좋아서) 엄마다!
재갈이 : (같이 좋아하며) 엄마가 벌써 돌아오셨네.
재록이 : (장난스럽게) 형, 우리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 줄까?
재갈이 : 그래, 저 돌멩이 뒤에 어서 숨자.
엄마가재가 새끼들을 부르며 나온다.
엄마가재 : (두리번거리며) 재갈아! 재록아! 얘들이 어딜 갔지?
재갈이와 재록이가 엄마 등뒤로 살금살금 기어가서는 갑자기 엄마를 놀래킨다.
재갈이, 재록이 : (엄마를 왈칵 잡으며) 왁!
엄마가재 : (일부러 화들짝 놀래며) 아이구 깜짝이야!
재갈이 : 해해해해! 놀랐죠? 엄마.
엄마가재 : 깜짝 놀랐다.
재록이 : 어떻게 그리 빨리 오셨어요?
엄마가재 :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엄마가재가 새끼들을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인다.
엄마가재 : (다정하게) 그래, 뭘 하고 놀았니?
재록이 : 형이랑 술래잡기하고 놀았어요.
재갈이 : 재록이랑 술래잡기하고 놀면 너무 재미있어요.
엄마가재 : 그래, 너희들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 주는 게 이 엄마에게는 제일 큰 행복이 란다.
그 때 다람쥐가 뛰어들어오고, 그 뒤를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으러 달려나온다.
청설모 : (약이 올라서) 야, 너 정말 거기 안 서?
다람쥐 : 히히히! 날 잡아 보시지.
엄마가재 : (타이르듯이) 청설모야, 왜 또 그러니?
청설모 : (씩씩거리며) 글쎄 다람쥐 저 녀석이 자꾸 약을 올리잖아요.
엄마가재 : 그러다가 다칠라.
다람쥐 : (달아나다 말고 돌아보며) 네-롱!
청설모 : 야! 너 잡히기만 해 봐라. 그냥 안 둘 테니까.
청설모가 다람쥐를 쫓아 달려나가자, 재갈이와 재록이가 재미있어서 고함을 지른다.
재록이 : 다람쥐 아저씨, 어서 달아나세요. 어서어서!
재갈이 : 청설모 아저씨, 빨리 달려가 잡으세요. 빨리빨리!
엄마가재 : (바라보며) 저 녀석들 또 저러다가 싸우지…….
재갈이 : (갑자기 엄마를 잡아 흔들며) 아! 엄마, 엄마! 저 푸른 하늘 좀 보세요. 너무 맑고 아름다워요.
엄마가재 : (바라보며) 오! 그래, 정말 아름답구나.
재록이 : 어라? 흰 구름 아가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재갈이 : 야! 멋지다. 꼭 토끼 같애.
재록이 : (공중에 대고) 흰 구름 아가씨! 멋진 그림 많이 그려 주세요.
재갈이 : 어? 매미 아저씨가 왜 노래를 그쳤지?
재록이 : 정말!
재갈이 : (큰 소리로) 매미 아저씨, 신나는 노래 계속 불러 주세요.
매미 소리 다시 크게 들린다. 재갈이와 재록이가 신이 나서 키득거리며 무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는 엄마 품에 안기고, 또 달아나곤 한다. 이런 모습을 엄마가재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 때 갑자기 바깥이 떠들썩해지며 소리들이 들려온다.
엄마가재 : (하얗게 질리며) 사, 사람이다!
재갈이 : (의아스럽게) 엄마, 사람이 뭐예요?
재록이 : 사람이 뭔데 그리 놀라세요?
엄마가재 : (부들부들 떨며) 너희들은 아직 사람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만, 사람이란 이 세 상에서 제일 무섭고 잔인한 동물이란다.
재록이 : 물뱀보다 더 무서워요?
재갈이 : 까치살모사 보다도요?
엄마가재 : 물뱀이나 까치살모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독하고 잔인하단다.
재록이 : (엄마 품에 파고들며) 무서워요, 엄마.
재갈이 : 사람이 그, 그렇게 무서워요?
이윽고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개울가 편편한 곳에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가재들은 한쪽 편에 서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핀다.
엄마가재 : 저 사람들은 여름만 되면 이 깊은 계곡까지 찾아와 우리 놀개울 생물들을 괴롭 히고 가지.
재갈이 : 어떻게요?
엄마가재 : 나뭇가지나 꽃을 꺾기도 하고 다람쥐를 잡겠다며 돌멩이를 던지는가 하면, 가지 고 온 음식들로 온 계곡을 더럽힌단다.
재갈이 : 나쁜 사람들이군요.
엄마가재 : 그 뿐인 줄 아니? 사람들은 자기네가 마치 이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마음대로 행동하며 다른 생물들을 함부로 대하지.
재록이 : 왜 자기들이 주인이죠? 이 세상은 모든 생물들이 공평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데…….
재갈이 : 그러게 말야.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엄마가재 : 너희들이 크면 알려주려고 아직 말을 안 했다만 (눈을 잠시 감았다 뜨며) 너희 아빠를 잡아간 것도 실은 저 사람들…흑! (말을 맺지 못하고 눈물을 훔친다.)
재록이 : (놀라며) 네? 아빤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재갈이 : (엄마를 잡아 흔들며) 어떻게 된 거예요, 엄마! 바른대로 말씀해 보세요.
엄마가재 :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올 봄, 너희들이 아직 어렸을 때였지. 너희 아빠가 저 무지막지한 사람들에게 잡혀서 장난감처럼 주물리다가 그만 죽고 말 았단다.
재록이 :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못된 사람들 같으니라구!
재갈이 : (집게발을 꼭 쥐며) 꼭 복수하고 말 거예요.
엄마가재 : (놀라며) 아서라. 우리에겐 그런 힘이 없단다.
아이들이 우루루 개울물로 뛰어들더니 첨벙거리며 마구 돌아다닌다.
엄마가재 : (소곤거리듯) 오늘은 절대 밖에 나가지 말아라. 저 아이들이 하는 짓을 보니 꼭 무슨 일을 내고 말겠다.
재갈이 : 아이가 뭐예요?
엄마가재 : 어린 사람을 아이라고 하지. 특히 아이들이 우리 가재를 못 살게 군단다.
재갈이 : 아이들이 이 쪽으로 오고 있어요, 엄마.
엄마가재 : (재갈이와 재록이를 잡아끌며) 어서 들어가자.
가재 가족이 퇴장하면, 두 아이 무대 중앙으로 나온다.
아이 1 : (나무 위의 다람쥐를 발견하고) 야! 다람쥐다.
아이 2 : 어디어디?
아이 1 : 저-기 저쪽 나뭇가지에.
아이 2 : 정말!
아이 1 : (돌멩이를 집어들며) 잘 봐. 내가 다람쥘 단번에 맞춰 볼 테니.
아이 2 : (돌멩이를 찾아들고) 돌팔매질이라면 나도 자신 있지.
두 아이, 돌팔매질을 하며 다람쥐를 쫓아다닌다. 다람쥐가 아이들에게 쫓겨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고, 매미는 벌써 노래를 그쳤다.
아이 1 : 에이, 달아나 버렸잖아.
아이 2 : 햐! 맞힐 수 있었는데.
아이 1 ; 잡았으면 좋은 장난감일텐데 말이야.
아이 2 : (무심코 물 속을 내려다보다가) 가재다!
아이 1 : 어머! 정말!
아이들이 물 속의 돌멩이를 뒤집더니 새끼가재 한 마리를 잡아 올린다. 그러다가 달아나는 어미가재를 발견하고 좋아라 소리친다.
아이 1 : 저기, 더 큰놈이 있어!
아이 2 : 우와! 크다. 가만있어, 내가 잡을 게.
아이 1 : 빨리빨리!
아이들이 어미가재와 새끼가재 한 마리를 잡아 올린다.
아이 1 : 아야! (어미가재가 꼭 찍는 바람에 손을 턴다.)
아이 2 : 이런! 새끼는 한 쪽 집게발을 떼어놓은 채 달아났어.
아이 1 : (가재를 단단히 쥐고는) 요 나쁜 놈! 나를 찍다니.
이 때 어른이 아이들을 부르자 아이들 팔딱팔딱 뛰어가고, 사람들이 사라지면 암전 된다.
2
무대 밝아지면 놀개울의 온 동물들이 모여 가재형제를 위로하고 있다.
재갈이 : (울부짖으며) 모두가 내 잘못이야. 흑흑!
물매암이 : 너무 괴로워하지 마라, 재갈아.
소금쟁이 : 어째 네 잘못이라고 하겠니? 못된 사람들이 나쁘지.
재갈이 : 아니에요. 엄마가 절대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만 호기심이 생겨 내다보 다가 엄마가 이런 변을…으윽! (떨어져나간 왼쪽 어깨를 다른 집게발로 감싼다.)
재록이 : 형, 많이 아파?
재갈이 ; (억지로 참으며) 아냐. 난 괜찮아.
소금쟁이 : (재갈이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에그! 이 어린것이 얼마나 아플고.
퉁사리 : 쯧쯧! 이 무슨 변이람!
청설모 : 정말 마음씨 좋은 아줌마였는데.
다람쥐 :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구!
재록이 : (울먹이며) 형, 이제 우린 어떻게 살아?
재갈이 : (재록이의 손을 꼬옥 잡으며) 엄마는 반드시 돌아오실 거야. 그러니 기운 내, 재록 아.
다슬기 :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며) 에그, 불쌍한 것들. 올 봄에 아비 잃고 또 이번에는 어미까지 잃었으니…….
청설모 : 그게 다 우리 동물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 아니겠소.
다람쥐 : 운명치고는 너무도 가혹한 운명이지.
재갈이 : (둘러보며) 어떻게 하면 엄마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재록이 : (관중을 향하여 애원하듯) 저의 엄마를 좀 살려 주세요. 네?
물매암이 : 쯧쯧! 눈물이 나서 못보고 있겠군.
퉁사리 : (휘적휘적 걸어 들어가며 혼잣말로) 여태껏 이 놀개울에 사람에게 잡혀가서 돌아 온 동물은 아무도 없었으니…….
동물들 슬금슬금 물러가면, 무대에는 재갈이와 재록이만 남는다. 재록이는 울다가 지쳤는지 재갈이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 재갈이가 살그머니 재록이를 뉘어놓고, 개울가의 큰 바위 앞에 선다.
재갈이 : (작은 손을 모아 쥐고 절을 하며) 제발 저의 엄마를 살려 보내 주세요. 큰바위신령 님!
재갈이는 몇 번이고 절을 하며 엄마를 살려보내 달라고 빈다. 재록이가 잠꼬대를 한다.
재록이 : (잠꼬대로) 엄마…….
재갈이: (재록이의 손을 살그머니 쥐고 눈물을 글썽이며) 재록아…….
이 때 갑자기 두런두런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깜짝 놀란 재갈이가 재록이를 안고 무대 한편으로 기어가 숨는다.
재갈이 : (떨리는 목소리로) 어제 그놈들이야! 엄말 잡아간 놈들!
아이 1 : (멀리서 소리만) 여기야, 이 개울이 틀림없어.
재갈이 : 요놈들! 우리 엄마를 잡아간 나쁜 놈들! 또 우리까지 잡으러 왔군.
아이 2 ; (겅중겅중 뛰어들어오며) 그래, 맞아! 어서 넣어 줘.(손에 깡통을 하나 들고 있다.)
재갈이 : 저 녀석들이 들고 있는 게 뭐지?
아이들이 깡통 속에서 무엇을 꺼집어낸다.
재갈이 : (깜짝 놀라며) 앗! 엄마다!
아이 1 : 어서 넣어.
아이 2 : 알았어.
재갈이 : 아! 엄마, 엄마가 살아 돌아오시다니!
아이 2 : (가재를 물 속에 놓아주며) 미안하다, 가재야. 잘 살아라.
아이 1 : 다시는 너희들을 괴롭히지 않을 게.
재갈이 : (집게발로 몸을 꼬집어보며)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아이 2 : 저것 봐, 새끼들인가 봐.
아이 1 : 살려주기 잘 했다, 그지?
아이들이 한참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팔딱팔딱 뛰어서 사라진다. 곧 이어 엄마가재가 재갈이와 재록이를 부르며 달려 들어온다.
엄마가재 : (황급히 들어오며) 재갈아! 재록아!
재갈이 : (마주 달려나가며) 엄마!
재록이 : (놀라 깨어나서) 엄마!
엄마가재 : 오! 이렇게 너희들을 다시 만나다니…….
엄마가재와 새끼들이 서로 한참을 부둥켜안고 기뻐서 운다.
재갈이 : (눈물을 닦으며) 엄마, 어떻게 살아 돌아오셨어요?
엄마가재 : (또 다시 새끼들을 끌어안으며) 다시는 너희들을 못 보는 줄 알았다.
재록이 : 저 아이들이 순순히 엄마를 놓아주던가요?
엄마가재 : 처음에는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지. 그러다가 자꾸 비실비실 기운을 잃어 가는 나를 보고는 놀라 다시 이곳으로 가지고 왔단다.
재갈이 : (고개를 갸웃하며) 그리 나쁜 아이들은 아닌가 보네요?
엄마가재 :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나도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제 사람과도 잘 지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재갈이, 재록이 : (그 말에 좋아서 날뛴다.) 야호!
엄마가재 : (웃으며) 그렇게 좋으니?
재갈이, 재록이 : 네!
매미 노래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하고, 다람쥐가 또 청설모에게 쫓겨 무대로 달려나온다. 재갈이와 재록이도 신이 나서 그 뒤를 따라 달려가자, 언제 나왔는지 놀개울의 모든 동물들이 모두 나와 무대를 뛰어다니며 좋아라 날뛰고, 관중석에 있던 아이들까지 무대로 올라와 춤추며 동물들과 어울린다. 평화스런 음악이 온 놀개울에 잔잔히 울려 퍼진다.
서서히 막이 닫힌다.
극본 이한영
때 : 여름
곳 : 놀개울
나오는 사람들 : 재갈이, 재록이, 엄마가재, 다람쥐, 청설모, 퉁사리, 물매암이, 소금쟁 이, 다슬기, 아이 1, 아이 2
무대 : 숲이 우거진 개울이다.
맑은 개울물이 무대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고, 주변의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보인다. 무대 한 편에 바위도 하나 있다.
1
막이 열리면 매미소리 신나게 들려오고, 사이사이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재갈이와 재록이가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다.
엄마가재 : (막 뒤에서 소리만) 재갈아-, 재록아-
재록이 : (좋아서) 엄마다!
재갈이 : (같이 좋아하며) 엄마가 벌써 돌아오셨네.
재록이 : (장난스럽게) 형, 우리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 줄까?
재갈이 : 그래, 저 돌멩이 뒤에 어서 숨자.
엄마가재가 새끼들을 부르며 나온다.
엄마가재 : (두리번거리며) 재갈아! 재록아! 얘들이 어딜 갔지?
재갈이와 재록이가 엄마 등뒤로 살금살금 기어가서는 갑자기 엄마를 놀래킨다.
재갈이, 재록이 : (엄마를 왈칵 잡으며) 왁!
엄마가재 : (일부러 화들짝 놀래며) 아이구 깜짝이야!
재갈이 : 해해해해! 놀랐죠? 엄마.
엄마가재 : 깜짝 놀랐다.
재록이 : 어떻게 그리 빨리 오셨어요?
엄마가재 :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엄마가재가 새끼들을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인다.
엄마가재 : (다정하게) 그래, 뭘 하고 놀았니?
재록이 : 형이랑 술래잡기하고 놀았어요.
재갈이 : 재록이랑 술래잡기하고 놀면 너무 재미있어요.
엄마가재 : 그래, 너희들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 주는 게 이 엄마에게는 제일 큰 행복이 란다.
그 때 다람쥐가 뛰어들어오고, 그 뒤를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으러 달려나온다.
청설모 : (약이 올라서) 야, 너 정말 거기 안 서?
다람쥐 : 히히히! 날 잡아 보시지.
엄마가재 : (타이르듯이) 청설모야, 왜 또 그러니?
청설모 : (씩씩거리며) 글쎄 다람쥐 저 녀석이 자꾸 약을 올리잖아요.
엄마가재 : 그러다가 다칠라.
다람쥐 : (달아나다 말고 돌아보며) 네-롱!
청설모 : 야! 너 잡히기만 해 봐라. 그냥 안 둘 테니까.
청설모가 다람쥐를 쫓아 달려나가자, 재갈이와 재록이가 재미있어서 고함을 지른다.
재록이 : 다람쥐 아저씨, 어서 달아나세요. 어서어서!
재갈이 : 청설모 아저씨, 빨리 달려가 잡으세요. 빨리빨리!
엄마가재 : (바라보며) 저 녀석들 또 저러다가 싸우지…….
재갈이 : (갑자기 엄마를 잡아 흔들며) 아! 엄마, 엄마! 저 푸른 하늘 좀 보세요. 너무 맑고 아름다워요.
엄마가재 : (바라보며) 오! 그래, 정말 아름답구나.
재록이 : 어라? 흰 구름 아가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재갈이 : 야! 멋지다. 꼭 토끼 같애.
재록이 : (공중에 대고) 흰 구름 아가씨! 멋진 그림 많이 그려 주세요.
재갈이 : 어? 매미 아저씨가 왜 노래를 그쳤지?
재록이 : 정말!
재갈이 : (큰 소리로) 매미 아저씨, 신나는 노래 계속 불러 주세요.
매미 소리 다시 크게 들린다. 재갈이와 재록이가 신이 나서 키득거리며 무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는 엄마 품에 안기고, 또 달아나곤 한다. 이런 모습을 엄마가재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 때 갑자기 바깥이 떠들썩해지며 소리들이 들려온다.
엄마가재 : (하얗게 질리며) 사, 사람이다!
재갈이 : (의아스럽게) 엄마, 사람이 뭐예요?
재록이 : 사람이 뭔데 그리 놀라세요?
엄마가재 : (부들부들 떨며) 너희들은 아직 사람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만, 사람이란 이 세 상에서 제일 무섭고 잔인한 동물이란다.
재록이 : 물뱀보다 더 무서워요?
재갈이 : 까치살모사 보다도요?
엄마가재 : 물뱀이나 까치살모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독하고 잔인하단다.
재록이 : (엄마 품에 파고들며) 무서워요, 엄마.
재갈이 : 사람이 그, 그렇게 무서워요?
이윽고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개울가 편편한 곳에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가재들은 한쪽 편에 서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핀다.
엄마가재 : 저 사람들은 여름만 되면 이 깊은 계곡까지 찾아와 우리 놀개울 생물들을 괴롭 히고 가지.
재갈이 : 어떻게요?
엄마가재 : 나뭇가지나 꽃을 꺾기도 하고 다람쥐를 잡겠다며 돌멩이를 던지는가 하면, 가지 고 온 음식들로 온 계곡을 더럽힌단다.
재갈이 : 나쁜 사람들이군요.
엄마가재 : 그 뿐인 줄 아니? 사람들은 자기네가 마치 이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마음대로 행동하며 다른 생물들을 함부로 대하지.
재록이 : 왜 자기들이 주인이죠? 이 세상은 모든 생물들이 공평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데…….
재갈이 : 그러게 말야.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엄마가재 : 너희들이 크면 알려주려고 아직 말을 안 했다만 (눈을 잠시 감았다 뜨며) 너희 아빠를 잡아간 것도 실은 저 사람들…흑! (말을 맺지 못하고 눈물을 훔친다.)
재록이 : (놀라며) 네? 아빤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재갈이 : (엄마를 잡아 흔들며) 어떻게 된 거예요, 엄마! 바른대로 말씀해 보세요.
엄마가재 :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올 봄, 너희들이 아직 어렸을 때였지. 너희 아빠가 저 무지막지한 사람들에게 잡혀서 장난감처럼 주물리다가 그만 죽고 말 았단다.
재록이 :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못된 사람들 같으니라구!
재갈이 : (집게발을 꼭 쥐며) 꼭 복수하고 말 거예요.
엄마가재 : (놀라며) 아서라. 우리에겐 그런 힘이 없단다.
아이들이 우루루 개울물로 뛰어들더니 첨벙거리며 마구 돌아다닌다.
엄마가재 : (소곤거리듯) 오늘은 절대 밖에 나가지 말아라. 저 아이들이 하는 짓을 보니 꼭 무슨 일을 내고 말겠다.
재갈이 : 아이가 뭐예요?
엄마가재 : 어린 사람을 아이라고 하지. 특히 아이들이 우리 가재를 못 살게 군단다.
재갈이 : 아이들이 이 쪽으로 오고 있어요, 엄마.
엄마가재 : (재갈이와 재록이를 잡아끌며) 어서 들어가자.
가재 가족이 퇴장하면, 두 아이 무대 중앙으로 나온다.
아이 1 : (나무 위의 다람쥐를 발견하고) 야! 다람쥐다.
아이 2 : 어디어디?
아이 1 : 저-기 저쪽 나뭇가지에.
아이 2 : 정말!
아이 1 : (돌멩이를 집어들며) 잘 봐. 내가 다람쥘 단번에 맞춰 볼 테니.
아이 2 : (돌멩이를 찾아들고) 돌팔매질이라면 나도 자신 있지.
두 아이, 돌팔매질을 하며 다람쥐를 쫓아다닌다. 다람쥐가 아이들에게 쫓겨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고, 매미는 벌써 노래를 그쳤다.
아이 1 : 에이, 달아나 버렸잖아.
아이 2 : 햐! 맞힐 수 있었는데.
아이 1 ; 잡았으면 좋은 장난감일텐데 말이야.
아이 2 : (무심코 물 속을 내려다보다가) 가재다!
아이 1 : 어머! 정말!
아이들이 물 속의 돌멩이를 뒤집더니 새끼가재 한 마리를 잡아 올린다. 그러다가 달아나는 어미가재를 발견하고 좋아라 소리친다.
아이 1 : 저기, 더 큰놈이 있어!
아이 2 : 우와! 크다. 가만있어, 내가 잡을 게.
아이 1 : 빨리빨리!
아이들이 어미가재와 새끼가재 한 마리를 잡아 올린다.
아이 1 : 아야! (어미가재가 꼭 찍는 바람에 손을 턴다.)
아이 2 : 이런! 새끼는 한 쪽 집게발을 떼어놓은 채 달아났어.
아이 1 : (가재를 단단히 쥐고는) 요 나쁜 놈! 나를 찍다니.
이 때 어른이 아이들을 부르자 아이들 팔딱팔딱 뛰어가고, 사람들이 사라지면 암전 된다.
2
무대 밝아지면 놀개울의 온 동물들이 모여 가재형제를 위로하고 있다.
재갈이 : (울부짖으며) 모두가 내 잘못이야. 흑흑!
물매암이 : 너무 괴로워하지 마라, 재갈아.
소금쟁이 : 어째 네 잘못이라고 하겠니? 못된 사람들이 나쁘지.
재갈이 : 아니에요. 엄마가 절대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만 호기심이 생겨 내다보 다가 엄마가 이런 변을…으윽! (떨어져나간 왼쪽 어깨를 다른 집게발로 감싼다.)
재록이 : 형, 많이 아파?
재갈이 ; (억지로 참으며) 아냐. 난 괜찮아.
소금쟁이 : (재갈이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에그! 이 어린것이 얼마나 아플고.
퉁사리 : 쯧쯧! 이 무슨 변이람!
청설모 : 정말 마음씨 좋은 아줌마였는데.
다람쥐 :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구!
재록이 : (울먹이며) 형, 이제 우린 어떻게 살아?
재갈이 : (재록이의 손을 꼬옥 잡으며) 엄마는 반드시 돌아오실 거야. 그러니 기운 내, 재록 아.
다슬기 :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며) 에그, 불쌍한 것들. 올 봄에 아비 잃고 또 이번에는 어미까지 잃었으니…….
청설모 : 그게 다 우리 동물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 아니겠소.
다람쥐 : 운명치고는 너무도 가혹한 운명이지.
재갈이 : (둘러보며) 어떻게 하면 엄마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재록이 : (관중을 향하여 애원하듯) 저의 엄마를 좀 살려 주세요. 네?
물매암이 : 쯧쯧! 눈물이 나서 못보고 있겠군.
퉁사리 : (휘적휘적 걸어 들어가며 혼잣말로) 여태껏 이 놀개울에 사람에게 잡혀가서 돌아 온 동물은 아무도 없었으니…….
동물들 슬금슬금 물러가면, 무대에는 재갈이와 재록이만 남는다. 재록이는 울다가 지쳤는지 재갈이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 재갈이가 살그머니 재록이를 뉘어놓고, 개울가의 큰 바위 앞에 선다.
재갈이 : (작은 손을 모아 쥐고 절을 하며) 제발 저의 엄마를 살려 보내 주세요. 큰바위신령 님!
재갈이는 몇 번이고 절을 하며 엄마를 살려보내 달라고 빈다. 재록이가 잠꼬대를 한다.
재록이 : (잠꼬대로) 엄마…….
재갈이: (재록이의 손을 살그머니 쥐고 눈물을 글썽이며) 재록아…….
이 때 갑자기 두런두런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깜짝 놀란 재갈이가 재록이를 안고 무대 한편으로 기어가 숨는다.
재갈이 : (떨리는 목소리로) 어제 그놈들이야! 엄말 잡아간 놈들!
아이 1 : (멀리서 소리만) 여기야, 이 개울이 틀림없어.
재갈이 : 요놈들! 우리 엄마를 잡아간 나쁜 놈들! 또 우리까지 잡으러 왔군.
아이 2 ; (겅중겅중 뛰어들어오며) 그래, 맞아! 어서 넣어 줘.(손에 깡통을 하나 들고 있다.)
재갈이 : 저 녀석들이 들고 있는 게 뭐지?
아이들이 깡통 속에서 무엇을 꺼집어낸다.
재갈이 : (깜짝 놀라며) 앗! 엄마다!
아이 1 : 어서 넣어.
아이 2 : 알았어.
재갈이 : 아! 엄마, 엄마가 살아 돌아오시다니!
아이 2 : (가재를 물 속에 놓아주며) 미안하다, 가재야. 잘 살아라.
아이 1 : 다시는 너희들을 괴롭히지 않을 게.
재갈이 : (집게발로 몸을 꼬집어보며)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아이 2 : 저것 봐, 새끼들인가 봐.
아이 1 : 살려주기 잘 했다, 그지?
아이들이 한참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팔딱팔딱 뛰어서 사라진다. 곧 이어 엄마가재가 재갈이와 재록이를 부르며 달려 들어온다.
엄마가재 : (황급히 들어오며) 재갈아! 재록아!
재갈이 : (마주 달려나가며) 엄마!
재록이 : (놀라 깨어나서) 엄마!
엄마가재 : 오! 이렇게 너희들을 다시 만나다니…….
엄마가재와 새끼들이 서로 한참을 부둥켜안고 기뻐서 운다.
재갈이 : (눈물을 닦으며) 엄마, 어떻게 살아 돌아오셨어요?
엄마가재 : (또 다시 새끼들을 끌어안으며) 다시는 너희들을 못 보는 줄 알았다.
재록이 : 저 아이들이 순순히 엄마를 놓아주던가요?
엄마가재 : 처음에는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지. 그러다가 자꾸 비실비실 기운을 잃어 가는 나를 보고는 놀라 다시 이곳으로 가지고 왔단다.
재갈이 : (고개를 갸웃하며) 그리 나쁜 아이들은 아닌가 보네요?
엄마가재 :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나도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제 사람과도 잘 지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재갈이, 재록이 : (그 말에 좋아서 날뛴다.) 야호!
엄마가재 : (웃으며) 그렇게 좋으니?
재갈이, 재록이 : 네!
매미 노래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하고, 다람쥐가 또 청설모에게 쫓겨 무대로 달려나온다. 재갈이와 재록이도 신이 나서 그 뒤를 따라 달려가자, 언제 나왔는지 놀개울의 모든 동물들이 모두 나와 무대를 뛰어다니며 좋아라 날뛰고, 관중석에 있던 아이들까지 무대로 올라와 춤추며 동물들과 어울린다. 평화스런 음악이 온 놀개울에 잔잔히 울려 퍼진다.
서서히 막이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