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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극) 뿌린대로 거두리라

작성자
인형극단 친구들
조회
441
뿌린대로 거두리라

극본 이한영




때 : 1990년대

곳 : 1막 - 어떤 공간, 2막 - 어느 가정의 거실

나오는 사람들 : 물의 신령, 공기의 신령, 땅의 신령, 민혜, 아빠, 엄마, 할머니





1

막이 열리면 땅의 신령이 미친듯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어느새 물의 신령과 공기의 신령도 나와, 세 신령이 어우러져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이윽고 춤이 끝나고-.


땅의 신령 :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대는 물신이 아니시오? 그러고 보니 공기신 까지?

물의 신령 : 땅신께서는 대체 웬 일이십니까?

공기의 신령 : (걱정스럽게) 안색이 몹시 안좋아 보입니다 그려.

땅의 신령 : 말도 마시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차고 이렇게 땀이 비오듯 흐른답니다.

물의 신령 : (땅신의 손을 잡으며) 쯧쯧, 그렇게 강건하시던 분께서 이 지경이 되시다니, 그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소?

땅의 신령 : 휴우- 아시겠지만 나도 한 때는 힘깨나 쓰지 않았겠오. 그런데 이것을 보시오. (소매를 걷어올려 보여준다.)

공기의 신령 : (깜짝놀라며) 아니! 이건 부스럼이 아닙니까?

물의 신령 : 쯧쯧, 어쩌자고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두셨소? 빨리 치료를 받지 않고…….

땅의 신령 :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처음엔 나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구 해 써 봤지요.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오.

공기의 신령 : 한낱 부스럼이 그렇게도 힘들던가요?

땅의 신령 : (옷을 들추어 올려 가슴, 배, 등, 다리 등을 보이며) 이것을 보시오. 이 진물나 는 내 몸뚱아리를… 이게 진짜 내 모습이오. 아! 이젠 끝장이오.

공기의 신령 : (코를 쥐고 돌아서며) 크윽!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려!

물의 신령 : (얼굴을 찡그리며) 몸이 좀 안좋으시단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습니다.

땅의 신령 : (한숨을 쉬며) 생각하면 미치겠오. 그러니 내가 이렇게 미친듯이 춤이라도 추지 않고 어떻게 가만히 앉아 있을수가 있겠오?

공기의 신령 :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보니 참 딱하구려.

땅의 신령 : 그런데 나는 또 그렇다치고 그대들의 몰골은 왜 이렇소?

물의 신령 :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말이 났으니 말이지 나도 끝장이오. 내 병도 이미 골수에까지 뻗쳤소. 으윽- 으윽-

공기의 신령 : 그럴거요. 이 세상 물이란 물은 모두 오염되고 말았으니 항시 그 속에서 지내 는 물신께서 어찌 온전하시겠소.

물의 신령 : 내가 어지간하면 이렇게 미쳐 날뛰겠소? 큰강, 샛강, 심지어는 저 시골의 작은 실개천까지도 오염되고 말았다오.

땅의 신령 : 지하수까지 오염되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오?

물의 신령 : 어찌 지하수 뿐이겠오? 작은 옹달샘까지도 오염되고 말았는 걸… 으윽- 으윽-!

땅의 신령 : (물신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러고보니 악취가 내 몸에서만 나는 게 아니구려. 그대의 몸에서도 악취가 지독하오.

물의 신령 : 내 오장육부가 다 썩었다오. 으윽!


이 때 공기의 신령이 자지러질듯이 기침을 하며 주저 앉는다.


땅의 신령 : (깜짝 놀라며 공기의 신령을 붙들고) 공기신! 공기신! 갑자기 왜 이러시오?

공기의 신령 : (숨 넘어가는 소리로 계속 기침을 해대며) 물, 물 한 컵 주시오. 아! 숨이 막 혀! 쿨룩-쿨록-!


물의 신령이 황급히 달려나가 물 한컵을 들고들어와 내어밀자, 공기의 신령, 물을 받아 마시고는 조금 진정이 된듯 일어선다.


공기의 신령 : 고맙소, 이젠 괜찮소. 이게 내 고질병이오.

땅의 신령 : 보아하니 공기신의 병도 심상찮은데, 언제부터 그렇소?

공기의 신령 : 한 10년 되었지 아마. 저 거리에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부터 내 병은 더 욱 깊어졌오. 쿨룩-쿨룩-! (손가락으로 어느 곳을 가리키며) 저것 보시오. 저 자동차 꽁무니에서 뿜어져나오는 시커먼 저것, 저 굴뚝의 매연…….

물의 신령 : 쯧쯧…, 이 모든 게 저 철부지 인간들의 지각없는 짓거리 때문이지요.

공기의 신령 : 왜 아니겠소? 제 무덤 제가 파는 짓인 줄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니 말 이요.

땅의 신령 : (고개를 끄덕이며) 하고많은 생명체들 중에서 어째 유독 인간만이 이렇게 속 을 썩이는지 모르겠소.

공기의 신령 : 애초에 우리가 인간을 선택한 게 실수였지요.

물의 신령 : 처음엔 제법 똑똑해 보였는데…….

공기의 신령 : 제 혼자 잘났지, 흥!

물의 신령 : 이러다간 다른 생명들까지 다 죽이고 말겠소.

땅의 신령 : (탄식조로) 안타까운 일이로고!

물의 신령 : (두 신령을 바라보며) 그냥 확 쓸어버립시다.

공기의 신령 : (반기며) 내 말이 그말이외다. 이제 인간들에게서 미련을 버려야 하오.

물의 신령 : 맞소. 이 세상을 홍수로 깨끗이 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거요. 노아의 홍수 때 처럼…….

공기의 신령 : 나도 도우겠소. 단 한번 광풍으로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소.

땅의 신령 : (손을 들어 제지하며) 앗으시오. 그대들의 심정을 왜 모르겠소만, 조금만 더 두 고 봅시다. 정 안돼면 그 때 가서…….

물의 신령 : (불만스럽게) 땅신께서는 언제나 관대하시구려.

땅의 신령 : 나라고 그런 생각을 왜 안 해 봤겠소? 내가 몸을 한번 비틀면 하루아침에 모든 걸 끝장내고 말 것을……. 그러나 여태까지 쏟아온 우리의 정성이 너무 아깝지 않소?

공기의 신령 : 땅신께서는 아직도 인간을 믿으시오?

땅의 신령 : 나는 아직 인간이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믿소.

물의 신령 :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우리 이렇게 합시다. 인간들이 하는 짓거리를 우리 눈 으로 직접 보고, 영 가망이 없다 싶으면 끝내 버리는 게… 어떻소? 내 생각이.

공기의 신령 : 그것 좋은 생각이오. 땅신, 그렇게 합시다.

땅의 신령 : ……. (생각에 잠긴 채 말이 없다.)

물의 신령 : 뭘 망설이시오, 땅신!

공기의 신 : 결정을 내리시오, 땅신!

땅의 신령 : (이윽고 결심한 듯) 좋소! 직접 가서 보고 결정토록 합시다.


세 신령이 휑하니 나가면 암전된다.


2

무대가 밝아지면 어느 가정의 거실이다. 엄마는 설겆이를 하고 아빠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운동을 하고 있다. 그 곳으로 세 신령이 걸어들어와 무대 한 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서 있다.


민혜 : (신문을 들고 들어오며) 아빠, 신문요.

아빠 : 오, 그래. 어디보자.(신문을 받아들고 쇼파에 가 앉는다.)

엄마 : (세제통을 흔들어 대며) 이런! 주방세제가 떨어졌군. 민혜야, 슈퍼에 가서 주방세제 한 통 사 오너라.

민혜 : 벌써 그 큰 통을 다 쓰셨어요? 엊그제 제가 사다 드렸는데.

엄마 : 벌써가 뭐냐? 벌써가. 빨리 사 오기나 하렴.(돈을 내어민다.)

민혜 : 네.


민혜가 돈을 받아들고 나가면 아빠는 신문을 뒤적거리고 엄마는 설겆이를 계속한다.


물의 신령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것 보시오. 주방세제를 그야말로 물 쓰듯 하는구려.

공기의 신령 : 저렇게 까지 심할 줄이야!

땅의 신령 : 좀 더 두고 봅시다그려.

아빠 : (갑자기 놀라며) 「낙동강 물 오염 심각」이라! 이거 정말 큰일이군! 큰일이야! 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엄마 : 정말 큰일이네요. 우리도 이제 식수는 사서 먹어야겠어요. 이웃들은 모두 오래 전부 터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아빠 : 허! 물을 사 먹는다고! 다른 것은 몰라도 물 하나는 풍부하다는 우리 나라에서 이제 물도 사서 먹어야 한다니!

엄마 : 그러게 말이에요. 「물 쓰듯 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꼭 우리가 어디 딴 세상에 와 서 사는 것 같아요.

아빠 :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강물을 오염시키는 그 자들에게 큰 벌을 내 려야 하오.

엄마 : 옳은 말씀이에요. 그런데 대체 그 자들이 누굴까요?

아빠 : 누군 누구요! 강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은 공장의 폐수가 아니겠소? 당연히 그 공장들 에 책임을 물어야지.

민혜 : (들어오다가 그 말을 듣고) 아빠! 샛강을 오염시키는 주범은 공장의 폐수가 아니라 오히려 가정의 생활하수라고 배웠는데요.

아빠 : 그럴 리가 있나? 가정에서 무얼 그리 많은 하수를 내보낸다고.

엄마 : (세제통을 받으며) 그래! 뭔가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민혜 : 아니에요. 공장은 불과 수 백, 수 천개지만 가정은 수 십만, 수 백만 가구나 되잖아 요? 조금씩 조금씩 모인 생활하수가 엄청나다구요.

아빠 : (놀라며) 그, 그래!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구나.

엄마 : 그렇긴 하다만, 아마 그런 가정은 특별한 가정일 게다. 우리 집이야 뭐 특별히 생활 하수를 많이 내보내는 게 있어야지!

아빠 : 그래, 우리집이야 모범가정이지, 모범가정이야.


그 때 할머니, 머리에 샴푸를 한껏 바른 채 엉거주춤 걸어나온다.

할머니 : 얘 어멈아! 샴푸가 다 되었구나. 그런거 좀 몇 통씩 사 놓고 쓰면 안되냐?

아빠 : 어머니, 또 머리 감으세요? 아침에 감으시고선.

할머니 : 머리는 자주 감아야 하는 게야.

엄마 : 아이, 어쩌나. (어디서 샴푸통을 가져와 내밀며) 우선 이걸 쓰세요, 어머님. 조금 남아 있을 거에요.

할머니 : (샴푸통을 흔들어보고는 내동댕이 치며) 이것 가지고 뭘 해? 내가 머리 감으면 샴 푸 한 통 쯤 쓴다는 거 모르냐? 원, 아낄 걸 아껴야지! (화난 얼굴로 엉거주춤 걸 어 들어간다.)

공기의 신령 : (화를 내며) 저런! 못된 할망구 같으니라구. 머리 한 번 감는데 한 통 이라 니…….

물의 신령 :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달려 나가며) 내 당장 저 할망구를 그냥!

땅의 신령 : (황급히 달려가 물의 신령을 끌고 들어오며) 원, 성질도 급하시기는…….


엄마가 샴푸통을 주워들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들어가던 할머니 홱 돌아나와 샴푸통을 빼앗아 들고 다시 들어간다.


엄마 : 죄송해요 어머님! 곧 사 올게요.

아빠 : 쯧쯧! 내 한번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 넉넉하게 좀 사 놓지 않고…….

엄마 : 민회야, 얼른 슈퍼에 가서 샴푸 한 통 사 오너라. (돈을 내어 밀며) 그리고 가루비누 도 같이 사 오너라. 원, 어찌나 빨리도 떨어지는지 감당을 못하겠구나.

민혜 : 엄마, 어저께 산 그 큰 봉지의 가루비누를 벌써 다 썼어요?

엄마 : 벌써가 뭐냐, 벌써가… (빈 봉지를 집어 털며) 세탁기에 이렇게 푹푹 털어 넣어야 때가 쏙 빠지지! 그리고 주방세제도 그래요. 기름 그릇을 깨끗이 씻으려면 세제를 아끼지 말고 듬뿍 풀어 넣어야 한단다.

아빠 : 맞소! 맞아! 그까짓 세제가 몇 푼이나 한다고. 그런거 아끼지 말고 팍팍 써요. 아니, 아예 상자 채로 사 놓고 쓰구려.

엄마 : 그래요! 그게 좋겠군요. 민혜야, 슈퍼 가는 것은 그만둬라. 내가 슈퍼에 전화해서 한 상자 배달해 달라고 해야겠다. (쓰레기 봉지를 내어 밀며) 너는 이 쓰레기나 버리고 오너라.

민혜 : (봉지를 받아 들고) 엄마, 이것은 정해진 쓰레기 수거용 봉지가 아닌 것 같은데요?

엄마 : 그래! 하도 쓰레기가 많아서 규격 봉지만으로는 다 처리할 수가 없구나. 그러니까 이 렇게 다른 봉지에 넣어서 적당히 버려야 한단다.

민혜 : (어이없다는 듯이) 적당히라니요? 적당히 어떻게요?

엄마 : 아-니, 무슨 애가 이렇게 융통성이 없지? 저, 저, 우리 동네 위쪽 공터에 가져가서 아무도 안 볼 때 슬쩍 버리고 오면 되잖니!

아빠 : (민혜를 돌아보며) 너 버릴 때 조심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벌금이 5만원이 다.

물의 신령 : (두 신령을 돌아보며) 들으셨지요? 방금 저 녀석이 하는 말을…….

공기의 신령 : 쯧쯧! 에미 애비가 저 모양이니, 아인들 뭘 보고 자랐겠오?

땅의 신령 : 가 가만 계시구려. 저 아이의 말을 들어 봅시다.

민혜 :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아빠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빠!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거에요?

아빠 : 무슨 말씀이라니? 내가 뭐 틀린 말했니?

민혜 : 아빠, 엄마 정말 한심해요.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하실 수 있어요?

엄마 : 아니 얘가!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버릇없게시리!

민혜 : 죄송해요, 엄마 아빠! 그렇지만 잘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말로는 환경오염을 걱정하 시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실천하는 것이 하나도 없잖아요. 가루비누나 주방세제, 샴 푸 등이 바로 샛강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걸 왜 모르세요?

아빠 : (당황하며) 그 그래, 그걸 모를 리야 있나만, 그러나 우리 집에서 세제를 조금 덜 쓴다고 오염된 강물이 맑아지겠니? 괜히 우리만 불편하지.

민혜 : 바로 그 생각이 문제라구요.「나 하나쯤이야 어떠랴?」하는 생각, 그것이 바로 우리 의 환경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구요.

엄마 : 그거야, 이치적으로는 그렇다만 당장 불편한 걸 어떡하니?

민혜 : 조금 불편한 건 참아야죠. 이제 이 환경은 어느 누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라구요.「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 하나 만이라도」하는 마음가짐으로 작은 것 하나부터라도 실천하는 습관을 가져야죠.

땅의 신령 : (무릎을 탁 치며) 옳거니! 저것이오. 내가 유일하게 희망을 거는 것이 바로 저 것이란 말이오.

공기의 신령 : 으음! 그런데 저런 아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땅의 신령 : (자신있게) 아이들은 모두 믿을 만 하지. 내가 보장하리다.

물의 신령 :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아이들이 모두 저 아이 같기만 하다면야…….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빠가 신문을 접고 일어나 민혜에게로 걸어간다.


아빠 : (민혜의 손을 잡으며) 민혜야! 네 말을 듣고 보니 이 아빠가 부끄럽구나. 내 생각이 너무 부족했다. 모든 걸 언제나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내 잘못은 깨닫지 못했으 니…….

엄마 : (앞치마에 손을 닦고 걸어 나오며) 그래, 정말 부끄럽다. 내가 듬뿍듬뿍 쓰는 합성세 제들이 강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인 줄은 미처 몰랐구나. 이제 가루비누나 주방세제도 조금만 쓰고 머리 감을 때는 반드시 샴푸 대신에 비누를 써야겠다. 이, 이 쓰레기도! 내 다시는 이런짓 안 하마. (쓰레기 봉지를 받아 든다.)

땅의 신령 : (두 신령을 잡아끌며) 자, 자, 이만하면 되었소. 이젠 나가십시다.


두 신령, 고개를 서너번 끄덕거리더니 땅의 신령 뒤를 따라나간다.


민혜 : 죄송해요 엄마, 아빠. 너무 아는 체를 해서…….

아빠 : 아니다. 우리 민혜가 이렇게 착하고 똑똑하다니 그저 아빠는 흐뭇할 뿐이다.

엄마 : (민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유- 착한 내 딸! 그저 나를 닮아서 이렇게 똑똑하다 니까!

아빠 : (민혜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도 안되는 소리! 나를 닮았지 어째 당신을 닮았소?

엄마 : 아니에요, 나를 닮았어요. (민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보세요, 내 어릴 때 모습을 그 대로 쏙 빼 닮았잖아요.

민혜 : 아빠, 엄마! 그만들 하세요. (아빠, 엄마의 손을 잡으며) 전 아빠, 엄마 모두 똑 같이 다 닮았다구요.

아빠 : (민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 그래, 착한 우리 딸!

엄마 : (민혜의 등을 두드리며) 착하고 똑똑한 우리 딸 민혜!


그때 할머니, 곱게 빗은 머리를 매만지며 걸어 나온다.


할머니 : 어멈아, 아직 샴푸 안 사 왔냐? 내 또 머리 감아야겠다.

민혜 : 아유! 우리 할머니 못 말려…….


아빠, 엄마, 민혜, 할머니, 모두 즐겁게 웃는다.


막이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