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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형극본) 너랑 나랑 금붕어랑

작성자
인형극단 친구들
조회
824
너랑 나랑 금붕어랑


극본 이한영


때 : 요즘

곳 : 교실(학교)

나오는 사람들 : 혜미, 은경, 영우, 민기, 준희, 상은, 지숙, 지관, 동수, 선생님



1

막이 열리면, 어항이 하나 놓여 있는 교실이다. 혜미가 어항 속의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그때 은경이가 들어오다가 보고 질겁을 하며 소리친다.


은경 : (앙칼스럽게) 얘! 혜미야, 너 뭐 하는 거니?

혜미 : (깜짝 놀라며) 으응. 저, 먹이를 좀 주려고…… .

은경 : (먹이 봉지를 빼앗으며) 이리 내. 누가 너더러 먹이 주랬어? 금붕어는 내가 관리한단 말이야.

혜미 : (머쓱해서) 누구라도 좀 주면 안되니?

은경 : (단호하게) 안돼! 함부로 주면 탈 난단 말이야.


혜미,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잠시 서 있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은경이가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며 소곤거린다.


은경 : 배불뚝이, 왕눈이, 달록이, 흑치, 너희들 내말 잘 들어. 아무나 먹이 준다고 넙죽넙죽 받아먹으면 안돼. 특히 배불뚝이 너,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지난번처럼 탈난다.


그 때 영우와 민기, 교실로 들어오다가 은경이를 보고 반긴다.


영우 : (반갑게) 은경아, 너 빨리 왔구나. 그런데 뭘 그리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니?

은경 : (돌아보며) 으응, 어서 와. 이 녀석들 먹이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민기 : (가까이 가며) 정말! 뻐끔뻐끔 맛있게도 먹네.

은경 : 저것 봐, 배가 볼록하게 나온 저 녀석이 배불뚝이거든. 저 녀석은 많이 먹으려는 게 탈이야.

민기 : 먹보구나. 그래, 네 마리 모두 다 이름이 있니?

은경 : 그럼! 잘 봐. 알록달록한 녀석은 달록이, 검은 놈은 흑치, 눈이 큰 저 녀석은 왕눈 이…… .

영우 : 하하하, 왕눈이라. 그거 재미있는 이름인데.

민기 : 배불뚝이, 달록이, 흑치, 왕눈이, 모두 멋진 이름이구나!

은경 : 멋있지? 한번 불러봐. 그러면 꼬리를 흔들며 이리로 올 테니.

민기 : 정말?

은경 : (웃으면서) 으응, 정말!

영우 : 내가 불러볼게. 어이 배불뚝이, 왕눈이! 내 말 들리니? 이 쪽으로 와 봐, 이 쪽으로.

민기 : 어, 어, 오히려 저 쪽으로 가잖아? 야! 달록이, 흑치, 이리 와 봐.

은경 : (재미있다는 듯이) 호호호, 바보! 금붕어가 어떻게 말을 알아듣겠니?

영우 : (그제야 속은 줄 알고) 에이! 은경이 네가 우릴 놀렸구나.

민기 : 어쩐지!

은경 : 호호호호, 아이 재미있어.

영우, 민기 : 하하하, 하하하!


이 때 앉아있던 혜미가 걸상 소리를 내며 발딱 일어선다.


혜미 : 흥!

영우 : (혜미를 발견하고) 어! 혜미야, 너 거기 있었구나.

민기 : 이리 와서 이 금붕어 노는 것 좀 봐. 정말 귀여운 녀석들이야.

혜미 : (토라진 말투로) 너희들이나 실컷 봐. 난 관심 없으니까. (발소리를 탁탁 내며 돌아서 서 나간다)

민기 : 어? 쟤가 왜 저러지?

은경 : …… .

영우 : (따라나가며) 혜미야, 얘 혜미야!


영우가 혜미를 부르며 뒤따라나가면 암전된다.


2

혜미가 무대 한 편에서 탁탁 걸어나와 중앙에 서면, 그 뒤로 영우가 허겁지겁 따라나온다.


영우 : 혜미야, 너 왜 그래? 무슨 기분 상한 일이라도 있니?

혜미 : …… .

영우 : 말해 봐. 무슨 일이야?

혜미 : (홱 돌아서며 대들듯이 큰 소리로) 모두 은경이, 은경이! 은경이가 그렇게 좋아? 그 렇게 좋아?

영우 : (다소 의외라는 듯이) 왜 그래? 별것 아닌 걸 가지고…… .

혜미 : 은경이 고 기집애, 잘난 체하고. 누군 제만큼 금붕어 기를 줄 모르나, 뭐.

영우 : 아냐, 그건 오해야. 보기보다 은경인 착한 아이던데.

혜미 : (영우를 노려보며) 너도 고 기집애한테 홀딱 빠졌구나!

영우 : (당황하며) 아, 아, 아냐. 그래도 은경이가 금붕어는 잘 키우잖아?

혜미 : (분을 못 참겠다는 듯이) 뭐가 잘 키워? 뭐가? 뭐가? 뭐가?


탁탁 소리를 내며 걸어나가다가 들어오는 민기와 마주치자, 민기를 째려보고는 그냥 나간다.


민기 : (얼떨떨해서 들어오며) 야, 쟤 왜 저러니?

영우 : 은경이 때문에 골이 난 모양이야.

민기 : 은경이 때문에? 왜?

영우 : 잘난 체 한다고…… .

민기 : 뭐?


그 때 준희와 상은이가 농구공을 튀기며 들어온다.


준희 : 야! 너희들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잖아.

상은 : 한판 붙자. 오늘은 지지 않을걸.

영우 : (둘을 밀치며) 지금 그럴 기분이 아냐. 다음에 해.


영우가 시무룩하게 걸어 들어가자, 민기도 어정쩡하게 따라 들어간다.


상은 : (들어가는 둘의 등에 대고) 야! 고영우! 박민기! 너희들 왜 그래?

준희 : 오늘은 꼭 결판을 내자고 그랬잖아, 임마!

상은 : 야! 너희들 정말 들어가는 거야?

준희 : (상은이를 바라보며) 저 녀석들 갑자기 왜 그러지?

상은 : 아까 혜미가 화가 나서 걸어 들어가더니, 영우랑 싸운 게 아닐까?

준희 : 싸워? 왜?

상은 :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영우랑 혜미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냐, 임마!

준희 : 그렇고 그런… 그럼, 사랑싸움?

상은 : 힛히히! 그래, 틀림없어! 사랑싸움…….

준희 : 잇 히히히히힛히! 아이고 우스워! 아이고 우스워!


둘이서 공을 서로 던지고 받으며 한참 낄낄거리다가 들어가면 암전된다.


3

조명이 밝아지면 교실이다. 은경이 주위에 아이들이 둘러서서 재잘거리고 있다.


은경 : (아이들을 둘러보며) 너희들 금붕어가 몇 년이나 사는지 아니?

동수 : 글쎄, 1년? 2년?

지숙 : 내 생각에는 한 5년은 살 것 같은데?

은경 : 아냐. 모두 틀렸어. 관리만 잘 하면 20년은 살 수 있대.

동수 : (놀라며) 우와! 20년씩이나?

지관 : 은경이 넌 정말 금붕어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구나!

동수 : 맞아. 금붕어 박사!

지관 : (어항 속의 금붕어를 가리키면서) 그런데 암컷과 수컷을 어떻게 구별하니?

동수 : (어항 가까이로 오며) 그래, 나도 언제나 그게 궁금했어.

은경 : (머뭇거리며) 그건, 저… 배가 볼록한 게 암컷이야.

지관 : 그래? 그럼 배불뚝이 이 녀석이 암컷이네. 암컷은 이 녀석 뿐이야?

은경 : (어정쩡하게) 으응, 그… 그래.


그 때 좀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혜미가 빈정거리듯 말한다.


혜미 : 왜 그러실까? 박사님 대답이 영 자신이 없으시니.

지관 : (혜미를 돌아보며) 뭐야? 그럼 혜미 넌 그게 아니라는 얘기구나?

동수 : 말해 봐. 어느 것이 암컷이야?

혜미 : 금붕어 박사께서 말씀하셨잖아. 배부른 녀석이 암컷이라고. (구시렁거리듯이)그런 말 이야 유치원 아이도 하겠다, 흥!

은경 : (발끈하며) 그래, 난 몰라. 그럼 넌 아니? 알면 말해 봐, 어서!

혜미 : 흥! 이제야 실토를 하시는군.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는 왜 하누?

은경 : (화가 나 일어서며) 뭐라구? 보자보자 하니 정말 너무 하는구나. 혜미 너, 내게 무슨 감정이라도 있는 거니?

혜미 : (비꼬듯이) 감히 제가 박사님께 무슨 감정이 있겠어요? 박사님.

은경 :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리며) 이게 정말!

혜미 : (일어서며) 그래, 네가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니?


둘이 서로 째려보며 마주선다. 상은이와 준희가 보고 있다가 재미있다는 듯이 끼어 든다.


상은 : (주먹을 치켜올리며) 야! 붙어라! 붙어!

준희 : 그래! 신나게 한판 붙어라! 심심하던 차에 이게 웬 쇼람!

상은 : 잇히히, 오늘은 아침부터 뭔가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준희 : 히히히힛, 이겨라! 은경이!

준희 : 이겨라! 혜미!

지숙 : (화를 내며) 야! 너희들도 친구야? 정말 못됐구나!

지관 : (황급히 둘 사이를 막아서며) 왜들 이러니? 그만 들 해. 이러다 싸우겠어.

동수 : 정말 왜들 이러는 지 영문을 모르겠군.

혜미 : 흥!

지숙 : (갑자기 놀라며) 선생님 오신다!


아이들 우루루 몰려 들어오고, 모두 제자리에 앉는다.


아이들 : (꾸벅 절을 하며)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 으음 그래. 다들 별일 없지?

아이들 : 예.

선생님 : 그런데 어째 좀 기운이 없어 보인다. 무슨 일이 있니?

준희 : (갑자기 손을 번쩍 들며) 예, 선생님! 아침에 깜짝 놀랄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선생님 : (준희를 바라보며) 그래? 깜짝 놀랄 일이란 게 뭐지?

준희 : 예, 그건… 헤헤헤헤…….

선생님 : 녀석! 웃지 말고 어서 말해 봐.

준희 : 예, 무슨 일이냐 하면, 혜미랑…….


준희가 말을 하다말고 아이들을 둘러보자, 모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희를 바라본다.


준희 : 아침에 혜미랑 영우랑 사랑싸움을 했걸랑요.

선생님 :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뭐? 사랑싸움?

아이들 : 우하하하하하하하하


교실이 떠나갈 듯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 무대 암전된다.


4

무대 밝아지면 은경이가 어항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란다.


은경 : 어마! 저게 뭐야? 왜 저런 게 어항 속에 들어 있지?


아이들, 우르르 몰려와 어항을 들여다본다.


영우 : 뭐야 저게? 무슨 진흙 부스러기 같은데?

민기 : 저것 봐. 저쪽 구석에도 있네. 금붕어 똥인가?

은경 : 안되겠어. 물을 갈아주어야겠어.


은경, 작은 수조를 가져와서는 조심스럽게 금붕어를 한 마리 한 마리 건져내어 담아 놓고 영우, 민기와 함께 어항을 들고 나가면, 아이들 모두 우르르 뒤따라 나간다. 사이, 잠시 암전되면 어둠 속에서 '와장창' 하고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얼마 후 다시 무대 밝아진다. 혜미가 뭐라고 중얼거리며, 깨어진 수조 조각과 금붕어 한 마리를 들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 때 어항을 든 아이들 떠들썩하게 들어오다가 혜미를 발견한다.


민기 : (놀라서) 혜미야! 이게 어떻게 된 거니? 네가……?

혜미 : (당황하며) 아, 아냐! 내가 그런 게 아냐. 내가 들어오니까 이렇게 되어 있었어.

지관 : 우리가 방금 나갔다왔는데 그 사이에 누가 들어왔을까?

아이들 : ……?

혜미 : (아이들을 둘러보며) 설마 너희들, 내가 일부러 이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 가 얼마나 금붕어를 사랑하는데.

은경 : …….

헤미 : (변명하듯) 내가 교실에 들어올 때, 뒷문으로 누가 막 뛰어나갔어.

동수 : 뒷문으로? 방금 우리가 뒷문으로 들어왔는데……?

지관 :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지숙 : 자, 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금붕어를 빨리 주워담아 보자.


아이들, 어항을 제자리에 놓고 금붕어를 조심스럽게 집어 어항 속에 넣는다.


민기 : (금붕어 한 마리를 주워들고) 죽었어!

은경 : (빼앗듯이 금붕어를 받아서는) 오! 배불뚝이, 네가 그만… 흑!

동수 : 여태까지 아무 탈없이 잘 커 왔는데…….

은경 : 아침부터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지관 : 도대체 누가 수조를 뒤엎어버렸을까?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두리번거리자, 혜미가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지숙 : (어항 속을 가리키며) 저 세 마리도 영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민기 : 그렇게 팔팔하게 잘 놀더니만.

은경 : (눈물을 훔치며) 나 내려갔다 올게.

동수 : 어디 가려고?

은경 : 배불뚝이를 화단에 묻어주어야겠어.

지관 : 그래, 내가 모종삽 가지고 내려갈게.


은경, 죽은 금붕어를 들고 나가자 다른 아이들 모두 따라나간다. 교실에는 혜미만 남아서 우두커니 서 있다. 영우가 나가다 말고 들어와 그 모습을 바라본다.


혜미 :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됐지? 아이들은 모 두 날 의심하고 있어. 그렇지만 난 아냐! 난 잘난 체 하는 은경이가 미웠지, 금붕어를 미워한 게 아니란 말이야. 내가 얼마나 금붕어를 사랑하는데… 흐흐흐흑 (두 손 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낀다)

영우 : (가까이 다가가 혜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울지마, 혜미야.

혜미 : (고개를 번쩍 들며) 너도 날 의심하고 있지? 그렇지?

영우 : (당황하며) 아, 아냐. 난 단지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혜미 : 어쩜, 너 마저…….

영우 : 솔직하게 내게 말해 줘. 어떻게 된 일이야?

혜미 : 뭘 솔직하게 말해? 뭘?

영우 : 실수였니?

혜미 : (화난 목소리로) 마음대로 생각해! 마음대로 생각하라구!


혜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뛰어나간다. 그 뒤를 영우가 혜미를 부르며 달려나가면 암전된다.


5

무대가 밝아지면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숙 : 아무래도 혜미가 수상해. 그 당황해 하던 모습 보지 못했니?

영우 : (화를 내며) 함부로 단정짓지 마. 혜미가 그렇게 나쁜 아이니?

민기 : 그래, 혜미가 그럴 이유가 어디 있니?

동수 : 그거야 뭐, 은경이와의 감정도 있고 또…….

지숙 : 실수였을까?

지관 : 실수라고 하지도 않았잖아? 그게 더 이상하단 말이야.

동수 : 어쨌든 이번 일은 분명히 혜미와 연관이 있…

은경 : (말을 중간에 끊으며) 아냐! 혜미는 그런 아이가 아냐. 생각해 보니 어제 혜미가 내게 화를 낸 이유를 알 것 같애.

지관 : 내가 보기엔 혜미가 은경이 네게 괜히 시비를 걸던데?

은경 : 아냐, 어제 아침에 그럴 일이 좀 있었어.

동수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지관 : 그런데 혜민 왜 아직 안 오지?

지숙 : 혹시 어제 일로 충격 받은 것 아닐까?

민기 ; 설마, 그 일로……?


그 때 준희와 상은이가 공을 들고 쭈뼛쭈뼛하며 들어온다.


동수 : 너희들은 어디 갔었니?

지관 : (핀잔주듯) 뭐 하고 다니는데 그렇게 언제나 둘이서만 붙어 다니는 거니?

준희 : (아이들 앞에 서서 풀죽은 목소리로)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아이들 : 뭘?

상은 : 금붕어 말이야. 수조에 담겨 있던 금붕어를 우리가 엎어버렸어.

아이들 : (놀라며) 뭐?

준희 : (황급히) 일부러 그런 건 아냐. 교실에 들어오니 아무도 없길래 둘이서 공을 던지며 장난치다가 그만…….

영우 : (준희와 상은이의 멱살을 움켜잡으며) 네놈들 짓이었구나! 그 바람에 애꿎은 혜미만 오해를 받고 있잖아, 임마!

민기 : 정말 너희들이 그랬니? 정말?

상은 : 미안해. 할 말 없어.

동수 : (다그치듯) 수조를 엎었으면 빨리 금붕어를 주워담지 달아나긴 왜 달아났니?

준희 : 너무 뜻밖의 일이라 정신이 없었어.

지숙 : 참, 기가 막혀서…… .

민기 : 어쩐지 네 녀석들이 자주 보이지 않는다 했지.

지관 : 그 바람에 금붕어 죽은 거, 너희들도 알지?

상은, 준희 : …….

동수 : 그래도 잘못을 알긴 아니까 다행이군.

은경 : (밝은 목소리로) 이제 그만해. 이제야 모든 걸 알겠어.

영우 : 밤새 혜미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상은 : 아침에 혜미에게 전화했어. 우리 짓이었다고…….

준희 : 사실은 모른 척 할려고 했는데, 혜미가 오해받는 게 영 마음에 걸려서…….

민기 : 자식들! 그래도 양심은 있어 가지고.


이때 마침 혜미가 들어온다. 손에 비닐봉지를 하나 들고 있다. 아이들 우루루 몰려가 헤미를 둘러싼다.


영우 : (반가워서) 혜미야! 왔구나. 얼마나 걱정했다구.

민기 : 너, 괜찮지? 응?

혜미 : (아이들을 둘러보며) 그럼, 괜찮아. 그런데 왜들이래?

동수 : 너 많이 서운했지?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널 의심했으니.

영우 : (준희와 상은이를 가리키며) 요 두 녀석을 한 대씩 쥐어박아 버려!

준희 : (혜미 가까이로 오며) 미안해. 우리 때문에 네가 오핼 받게 되어서…….

상은 : 정말 미안해.

민기 : (주먹을 쥐고 때리는 시늉을 하며) 아유! 이것들을 그냥!

혜미 : (준희와 상은이에게) 너희들이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마워.

영우 : 그 동안 무척 괴로웠지?

혜미 : (밝은 표정으로) 사실 좀 괴로웠어. 그리고 밤새 생각도 많이 했지. 그러나 이제 아 무렇지도 않아.

은경 : (앞으로 나서며) 미안하다, 혜미야. 어제 아침엔 내가 좀 지나쳤어.

혜미 : … 너, 정말이니?

은경 : 그럼. 꼭 나 혼자서만 금붕어를 돌봐야 하는 것처럼 신경질을 부렸잖니.

혜미 : 고맙다. 사실 좀 서운했어. 그래서 나도 트집을 잡아 봤던 거야.

은경 : 알아. 그래서 얘긴데. 저, 이제 네가 좀 도와주면 좋겠어.

혜미 : …… ?

은경 : 우리 둘이서 금붕어를 함께 관리하면 더욱 잘 되지 않겠니?

영우 :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렇게 해. 혜미도 금붕어에 대해서 참 많이 알더라구. (아이들 을 돌아보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아이들 : (좋다는 듯이) 그래. 그렇게 해.

은경 : 선생님께는 내가 말씀드릴게.

혜미 : (은경이의 손을 잡으며 기쁜 목소리로) 고마워! 은경아!

지숙 : (혜미가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보고) 이건 뭐니?

혜미 : 으응, 이것? (비닐 봉지를 은경이에게 내어 밀며) 이것 받아, 금붕어야.

은경 : (비닐봉지를 받으며) 어머! 너 금붕어 사 온다고 늦었구나?

혜미 : 배불뚝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야. 물론 배불뚝이는 아니지만.

아이들 : (좋아하며) 어서 넣어 봐.

은경 : 그래.


아이들, 어항주위로 몰려가 금붕어를 넣고, 웃고 떠들며 좋아한다.


동수 : 그런데 혜미 너, 그걸 정말 알고 있니?

혜미 : 뭘?

동수 : 암컷 말이야, 암컷. 어느 녀석이 암컷인지 넌 알고 있다고 했지 않니?

혜미 : 아, 그것? 그럼, 알고 있지.

지관 : 정말? 그럼 어느 것이 암컷이니?

혜미 : (신이 나서) 잘 봐. 뒷지느러미 있지? 뒷지느러미 바로 앞에 보이는 도도록한 것이 생식공이거든. 그것이 수컷은 작고 타원형인데, 암컷은 좀 크고 원형이면서 약간 튀어 나와 있어.

아이들 : (놀라며) 우와! 정말 박사네!

지숙 : 그럼, 흑치 저 녀석이 암컷이네?

민기 : 왕눈이도 암컷 같은데?

혜미 : 그래, 내가 보기에도 흑치와 왕눈이가 암컷이고 달록이와 배불뚝이는 수컷이야.

영우 : 혜미 너, 정말 대단하다 얘.

상은 : 달록이 저 녀석은 계속 왕눈이만 쫓아다니는데?

준희 : 정말! 꼭 영우가 누굴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처럼 말이야.

영우 : 뭐? 이 자식이…….

아이들 :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모두 유쾌하게 웃으면 서서히 막이 닫힌다.

이한영선생님의 아동극본입니다.

이 한 영(李漢榮)

略歷: 49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등학교 졸업
진주 교육대학 졸업
제 93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아동문예작가회회원
경남문인협회 · 마산문인협회회원
아동극작가
현 마산시 삼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