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인형극본) 장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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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단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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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바위
극본 이한영
때 : 현대
곳 : 어느 시골 마을
나오는 사람들 : 동훈, 민희, 태호, 소진, 순규, 노인, 형, 아우, 사나이 1, 2, 마을 사람 1, 2, 3, 4, 5
1
막이 오르면 어느 시골 마을이다.
무대 한 편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나무 아래의 넓적한 돌 위에는 한 노인이 멀리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그 산봉우리에는 도끼로 찍은듯이 반쯤 갈라진 큰 바위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다.
그때 4∼5명의 아이들, 왁자지껄 떠들며 등장한다.
동훈 :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멈칫서며) 쉿! 조용히 해. 당산할아버지야.
소진 : 오늘도 당산할아버지는 저기 앉아 계시는군.
민희 : 당산할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에도 저기 앉아 계신걸. 언제나 저기 앉아서 저 산봉우리의 바위를 바라보고 계셔.
소진 : 장사바위 말이니?
민희 : 응.
태호 : 왜 장사바위일까?
민희 : 글쎄…….
아이들, 조용히 노인에게로 다가간다.
소진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아이들 : (함께) 안녕하세요?
노인 : (아이들을 돌아보며) 오냐! 너희들이구나.
순규 : 네,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매일매일 여기서 무얼 하세요?
노인 : 그냥…그저 저 산봉우리와 들판을 바라보는 거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너희들은 놀다 오너라.
아이들 : 네, 할아버지. 조심해 들어가세요.
노인 : 오냐. (지팡이를 짚고 들어간다.)
동훈 : (들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정말 이상해. 그지?
태호 : 이상하긴, 우리 마을에서 제일 존경받는 할아버진데…….
동훈 : 그런 뜻이 아니고, 꼭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애.
순규 : 그건 그래. 매일같이 저 산봉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걸 보면 반드시 무슨 사연이 있을거 야.
민희 : 자 자, 우리 그런 얘기 그만하고 재미있게 놀기나 하자.
아이들 : 그래.
아이들, 가위 바위 보를 한다음 술래를 정하고 노래부르며 놀이를 한다.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시가 지나면…’ 아이들 깔깔거리며 즐겁게 논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갑자기 소리친다.
순규 : (하늘을 가리키며) 야! 새다. 큰 새다.
동훈 : 어디 어디?
소진 : 저기 봐, 저기. 못 보던 새야. 아! 나무 위에 앉았어.
동훈 : 정말! 저렇게 큰 새는 처음이야.
태호 : 색깔도 아주 근사한데.
민희 : 야! 저기봐. 새가 뭔가를 물고 있어.
순규 : 그래! 저게 뭘까?
소진 : 무슨 쇳조각 같은데…….
민희 : 새가 날아 가려고 해.
동훈 : 아!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떨어뜨렸는데 ?
새가 물고 있던 물체를 아이들 앞에 떨어뜨리자, 민희가 그것을 주워든다.
태호 : (새가 날아가는 곳을 가리키며) 저것 봐. 저쪽 저 산봉우리로 날아가고 있어.
모두 새가 날아가는 것을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다.
민희 : (주워든 물체를 바라보며) 이게 뭐지?
순규 : 납작한 쇳조각인데… 왜 이걸 떨어뜨렸을까?
동훈 : (받아들고 이쪽 저쪽을 유심히 살피다가) 아! 여기 뭔가 글자가 새겨져 있어.
소진 : (깜짝 놀라며) 뭐?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아이들 모두 깜짝 놀라고 태호가 동훈이로부터 쇳조각을 빼앗듯이 받아서는 새겨져 있는 글귀를 읽는다.
태호 :「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아이들을 둘러보며)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아이들 : (모두 한번씩 쇳조각에 새겨진 글귀를 읽어보고는 중얼거린다.)「바위가 춤을 추고 강 물은 노래하리」
소진 : 혹시 바위란 저 산봉우리의 장사바위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
동훈 :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손가락으로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저 산봉우리에 누가 도 끼로 찍은 듯이 둘로 갈라져 있는 저 바위 말이야.
태호 :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바위가 춤을 춘다니 너무도 황당하군.
소진 : 강물이 노래한다는 건 또 어떻고…….
민희 :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필시 이건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글귀임이 분명해.
그때 저쪽에서 당산할아버지가 나온다.
순규 : (노인을 발견하고) 아! 당산할아버지가 나오신다.
동훈 : (반가운 듯) 할아버지께 이걸 보여 드리자.
소진 : 그래. 당산할아버지는 이 글귀의 뜻을 아실지도 몰라. 모르는 게 없으시니까.
아이들, 할아버지를 부르며 모두 노인을 둘러싸고 서서 쇳조각을 내어민다.
노인 : 왜들 이러느냐? (내어미는 쇳조각을 받으며) 이게 뭐냐?
순규 : 새가 떨어뜨리고 갔어요. 큰 새가.
민희 : 처음 보는 새였어요.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저쪽 산봉우리로 날아 갔어요.
노인 : 뭐? 새가 이 쇳조각을?
순규 : 네. 그 쇳조각에 새겨져 있는 이상한 글귀를 읽어 보세요.
노인 : (놀라며) 글귀라고? (쇳조각을 살피던 노인, 글자를 발견하고 읽는다.)「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오! 이건 ?!
동훈 : (궁금한 듯) 할아버지, 이 글귀의 뜻을 아세요?
노인 : (너무도 흥분하여 손을 부들부들 떨며) 오! 이건 분명 신의 뜻이로다!
소진 : (더욱 궁금한 듯) 할아버지, 말씀해 보세요. 이게 무슨 뜻이에요? 네? 할아버지.
노인 : (천천히 몸을 돌려 멀리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오! 드디어 전설의 계시가 이루어지려고 하 는구나. 그건 사실이었어. 그 전설은 사실이었다구.
태호 : (더욱 궁금해서) 궁금해 죽겠어요, 할아버지. 무슨 뜻인지 말씀해 주세요, 네?
노인 : (돌 위로 걸어가 앉으며) 모두 여기에 앉아라. 내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마.
아이들, 노인의 주위에 앉아 궁금한 듯 노인을 바라본다.
노인 : (아이들을 둘러보며) 이 마을에는 옛날부터 이런 전설이 전해오고 있단다. 무슨 전설인고 하니 옛날 이 마을에 힘이 장사인 두 형제가 오순도순 정답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저 산봉우리의 바위 때문에 크게 싸우게 되었지.
민희 : 바위 때문에 왜 싸워요?
노인 : (손으로 바위를 가리키며) 먼 옛날부터 저 바위가 이 마을에 복을 가져다 준다고 모두 믿 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마을은 다른 이웃 마을들 보다 훨씬 평화롭고 화목하게 잘 살고 있었더란다.
아이들 : 그래서요?
노인 : 이것을 시기한 이웃 마을 사람들이 공명심이 강한 동생을 부추겨서는 저 바위를 깨뜨리도 록 꾄거지. 저 바위를 깨뜨린 자는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 게 된다고 말이야.
아이들 : (바싹 다가앉으며) 그래서요?
신비한 음악소리와 함께 무대가 점차 어두워진다.
2
무대가 밝아지면 세 사나이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멀리 산봉우리의 바위는 어느새 온전한 한 덩어리다.
사나이 1 : (팔을 벌리고 아우에게 아첨하듯) 저 바위를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
사나이 2 : 암! 그렇고 말고. 자네야말로 힘이 장사가 아닌가! 자네 형도 자넬 이기지는 못할 걸.
사나이 1 : 저 바위를 깨뜨린 자 만이 명실공히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는 걸세.
사나이 2 : 그 소문은 온 나라에 퍼져 나가고,
사나이 1 :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자넬 영웅으로 우러러보며,
사나이 2 : 마침내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지.
사나이 1 : 저 바위가 이 마을에 복을 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사나이 2 : 거짓이고 말고. 저건 한낱 바위일 뿐이야.
아우 :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운 듯) 아아 !
그때 나무를 한 짐 짊어진 형이 등장하자 두 사나이,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슬그머니 나간다. 형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나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지게를 벗어놓고 괴로워하는 아우에게로 다가간다.
형 : (아우의 어깨를 잡으며) 왜 그러니? 응? 아우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괴로워 하는거니?
아우 : (갑자기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마당가에 있는 도끼를 집어들고 나서며) 저 바위를 깨뜨리 고 말겠어. 날 막지마, 형!
형 : (깜짝 놀라며) 아우야!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제발 정신 차려! 저 바위는 신성한 바위라구.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 바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어. 저 바위를 깨뜨리면 마 을에 재앙이 온다는 걸 모르니?
아우 : (막무가내로) 그래도 난 가겠어! 저 바위를 깨뜨리고 나는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겠어!
형 : 너 혼자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면 무엇하니?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난 이 고향, 이 마을에 재앙이 내려 곧 폐허가 되어버리고 말 텐데.
아우 : 난 몰라! 난 그런 것 몰라! 누구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설사 형이라 해도 날 막지 못해. 비켜!
형 : (아우를 가로막으며) 안돼! 절대로 안돼!
아우 : (형을 와락 밀치며) 비켜! 나는 형과는 달라. 나는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고 싶어. 이 마을 이 신의 노여움을 받아 폐허가 되든 말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
형 : (양팔을 벌려 막으며) 누구의 사주를 받아 네가 이렇게 되었니? 못 간다! 그 신성한 바위를 깨뜨려서는 안돼! 절대로! 절대로!
아우 :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들며) 내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내 적이야. 못 비키겠어?
형 : (도끼 잡은 손을 잡아 비틀며) 그래, 날 쳐 봐라. 이놈! 이 못된 놈! 이제보니 이놈이 형제의 의를 끊으려 하는구나!
형이 아우의 손목을 비틀어 쥐고 있던 도끼를 빼앗아 멀리 던져 버린다. 그리고는 서로 맞붙어서 땅바닥에 딩굴며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운다. 드디어 형은 동생의 강한 주먹에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아우가 비틀비틀 일어나 도끼를 집어들고 나가자, 형은 의식이 없는 가운데서도 안돼! 안돼! 하고 부르짖는다. 불안한 음악소리 점점 고조되다가 작아지고 천둥소리 차츰차츰 크게 들린다. 그러다가 쾅! 하고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무대 잠시 암전되었다가 밝아지면 산봉우리의 바위, 갈라져 있다.
형 : (천둥소리에 정신이 든 듯 황급히 고개를 들고 산봉우리를 바라보다가 바위가 갈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 오! 바위가 갈라지고 말았어! 기어 이 이 놈이 큰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구나! 이 일을 어쩐담! 이 일을, 이 일을 장차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흐흐흐흐…!
형이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뛰어나가면 다시 천둥소리 크게 들리고 무대 서서히 암전된다.
3
무대 다시 밝아지면 노인, 아이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노인 : 이렇게 해서 이 마을에 복을 준다고 믿고 있던 저 바위는 자기가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우가 내려친 도끼에 맞아 깨어지고 말았고, 그 후로 이 마을에는 까닭없 이 재앙이 들어 몰락하고 말았다는 그런 전설이란다.
태호 : 휴우- 가슨 아픈 전설이로군.
순규 : 그 바위를 깨뜨린 아우는 어떻게 되었나요?
민희 : 이 나라 제일가는 장사가 되었나요?
노인 : 웬걸!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려가 뭇매질을 하여 쫓아내었지. 저 산 너머 북쪽 어딘가로 쫓겨 갔단다.
동훈 : 형은요? 형은 어떻게 되었나요?
노인 : 형은 아우를 말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마을 앞 강가에 앉아 괴로워하며 하염없이 울다가 들판 너머 저 남쪽 어딘가로 떠나갔고… 그 후로 그렇게 넘실대며 흐르던 마을 앞 강물도 해가 갈수록 말라 언제부턴가 물이 흐르지 않는 메마른 강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거야.
동훈 : 그런 전설이 우리 마을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노인 : (휴- 하고 한숨을 쉬며) 그래, 참으로 애달픈 전설이지.
소진 : 그런데 아까 큰 새가 떨어뜨리고 간 쇳조각과 이 전설이 무슨 연관이 있나요?
노인 : (쥐고있던 쇳조각을 들어보며) 그 전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전설로 이어지고 있단다. 즉 언젠가는 저 갈라진 바위가 다시 붙게 되고 강물도 출렁대며 흘러 이 마을에 다시 한 번 큰 번영이 오게 된다는 거지.
태호 : 그 때가 언젠데요?
노인 : 모든 주민이 화합하고 한 마음으로 뭉쳐 마을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때라고 되어 있지.
태호 : 그러면 지금이 그 때가 된 것일까요?
노인 : 그런 것 같다. 전설에는 신의 계시가 새겨져 있는 물체를 바위의 갈라진 틈에 끼우면 바위 가 다시 붙게 된다고 했어.
소진 : 그러면 바로 이 쇳조각이 ?!
순규 : 햐! 정말일까?
노인 : 그러나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동훈 : 누가 할 수 있는데요?
노인 : 진정으로 용기있고 희망에 가득찬 사람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야.
태호 : (앞으로 나서며) 우리가 가겠어요.
소진 : 그래요. 마을을 위하는 일이라면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아이들 : 우릴 보내주세요. 네, 할아버지!
순규 : 우린 잘 해 낼 자신이 있다구요.
노인 : (아이들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그래! 너희들은 잘 할 수 있고 말고!
노인, 천천히 일어나 마을을 향해 소리친다.
노인 : 모두들 다 나오시오. 드디어 전설이 이루어지려 하고 있소. 모두 이곳으로 모이시오.
마을사람 1 : (삽을 손에 든 채 달려나오며) 전설이 이루어지다니 그게 참말인가요?
마을사람 2 : (허겁지겁 달려나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그렇다면 저 갈라진 바위를 다시 붙일 신탁 이라도 받았단 말이요?
마을 사람들 5∼6명 몰려 나와 웅성거리며 둘러선다.
노인 : (쇳조각을 들어 보이며) 자, 이것을 보시오. 이것이 바로 그 전설의 쇳조각이오. 여기 에 이렇게 새겨져 있소.「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
마을사람 3 : 오! 어디 한번 봅시다. (노인으로부터 쇳조각을 받아 들고 유심히 살피다가 새겨진 글귀를 읽는다.)「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그러다가 노인의 손을 잡으 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사실이군요. 사실이군요. 그 전설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나 다니,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기적이라고 웅성거리며 즐거워한다.
노인 :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결코 이건 기적이 아닙니다. 그동안 이 마을에 살아온 우리 조 상들에서 부터 우리들에 이르기 까지 수백년 동안 이 전설을 굳게 믿고 어떤 재난이나 어 려움도 꿋꿋이 이겨내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힘찬 삶의 승리일 뿐입니다.
마을사람 4 : 그렇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 우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서 저 바위로 가서 이 전설이 이루어지게 합시다.
노인 :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가려고 하자 손을 들어 제지하며) 잠깐! 서두르지 마시오. 그 일 을 할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소. 신의 계시가 새겨진 이 쇳조각을 처음 발견한 아이들, 이 아이들 만이 오직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받은 자 들일 것이오.
마을사람 5 :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옳은 말씀입니다. 우리의 희망인 이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의 미래를 맡깁시다.
마을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한다.
노인 : (쇳조각을 아이들에게 쥐어주며) 부디 성공하고 오너라. 우리 마을의 미래가 너희들에게 달려있다.
동훈 : (쇳조각을 받아 품 속에 간직하며)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대로 한 눈 팔지 않고 곧장 가서 잘 해 내고 오겠습니다.
아이들 모두 손을 굳게 잡고 결의한 다음 떠나가자, 노인과 마을 사람들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마을사람 2 : (걱정스럽게) 잘 해 낼까요?
노인 : (확신에 찬 목소리로) 걱정하지 말게. 반드시 성공하고 올 것이네.
마을 사람들, 모두 저 멀리 산봉우리의 바위를 한없이 바라보고 서 있다. 희망찬 음악소리 울려 나오며 서서히 막이 내린다.
아래와 같은 이한영교사님의 아동극본입니다.
이 한 영(李漢榮)
略歷: 49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등학교 졸업
진주 교육대학 졸업
제 93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아동문예작가회회원
경남문인협회 · 마산문인협회회원
아동극작가
현 마산시 삼계초등학교 교사
극본 이한영
때 : 현대
곳 : 어느 시골 마을
나오는 사람들 : 동훈, 민희, 태호, 소진, 순규, 노인, 형, 아우, 사나이 1, 2, 마을 사람 1, 2,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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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어느 시골 마을이다.
무대 한 편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나무 아래의 넓적한 돌 위에는 한 노인이 멀리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그 산봉우리에는 도끼로 찍은듯이 반쯤 갈라진 큰 바위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다.
그때 4∼5명의 아이들, 왁자지껄 떠들며 등장한다.
동훈 :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멈칫서며) 쉿! 조용히 해. 당산할아버지야.
소진 : 오늘도 당산할아버지는 저기 앉아 계시는군.
민희 : 당산할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에도 저기 앉아 계신걸. 언제나 저기 앉아서 저 산봉우리의 바위를 바라보고 계셔.
소진 : 장사바위 말이니?
민희 : 응.
태호 : 왜 장사바위일까?
민희 : 글쎄…….
아이들, 조용히 노인에게로 다가간다.
소진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아이들 : (함께) 안녕하세요?
노인 : (아이들을 돌아보며) 오냐! 너희들이구나.
순규 : 네,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매일매일 여기서 무얼 하세요?
노인 : 그냥…그저 저 산봉우리와 들판을 바라보는 거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너희들은 놀다 오너라.
아이들 : 네, 할아버지. 조심해 들어가세요.
노인 : 오냐. (지팡이를 짚고 들어간다.)
동훈 : (들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정말 이상해. 그지?
태호 : 이상하긴, 우리 마을에서 제일 존경받는 할아버진데…….
동훈 : 그런 뜻이 아니고, 꼭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애.
순규 : 그건 그래. 매일같이 저 산봉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걸 보면 반드시 무슨 사연이 있을거 야.
민희 : 자 자, 우리 그런 얘기 그만하고 재미있게 놀기나 하자.
아이들 : 그래.
아이들, 가위 바위 보를 한다음 술래를 정하고 노래부르며 놀이를 한다.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시가 지나면…’ 아이들 깔깔거리며 즐겁게 논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갑자기 소리친다.
순규 : (하늘을 가리키며) 야! 새다. 큰 새다.
동훈 : 어디 어디?
소진 : 저기 봐, 저기. 못 보던 새야. 아! 나무 위에 앉았어.
동훈 : 정말! 저렇게 큰 새는 처음이야.
태호 : 색깔도 아주 근사한데.
민희 : 야! 저기봐. 새가 뭔가를 물고 있어.
순규 : 그래! 저게 뭘까?
소진 : 무슨 쇳조각 같은데…….
민희 : 새가 날아 가려고 해.
동훈 : 아!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떨어뜨렸는데 ?
새가 물고 있던 물체를 아이들 앞에 떨어뜨리자, 민희가 그것을 주워든다.
태호 : (새가 날아가는 곳을 가리키며) 저것 봐. 저쪽 저 산봉우리로 날아가고 있어.
모두 새가 날아가는 것을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다.
민희 : (주워든 물체를 바라보며) 이게 뭐지?
순규 : 납작한 쇳조각인데… 왜 이걸 떨어뜨렸을까?
동훈 : (받아들고 이쪽 저쪽을 유심히 살피다가) 아! 여기 뭔가 글자가 새겨져 있어.
소진 : (깜짝 놀라며) 뭐?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아이들 모두 깜짝 놀라고 태호가 동훈이로부터 쇳조각을 빼앗듯이 받아서는 새겨져 있는 글귀를 읽는다.
태호 :「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아이들을 둘러보며)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아이들 : (모두 한번씩 쇳조각에 새겨진 글귀를 읽어보고는 중얼거린다.)「바위가 춤을 추고 강 물은 노래하리」
소진 : 혹시 바위란 저 산봉우리의 장사바위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
동훈 :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손가락으로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저 산봉우리에 누가 도 끼로 찍은 듯이 둘로 갈라져 있는 저 바위 말이야.
태호 :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바위가 춤을 춘다니 너무도 황당하군.
소진 : 강물이 노래한다는 건 또 어떻고…….
민희 :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필시 이건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글귀임이 분명해.
그때 저쪽에서 당산할아버지가 나온다.
순규 : (노인을 발견하고) 아! 당산할아버지가 나오신다.
동훈 : (반가운 듯) 할아버지께 이걸 보여 드리자.
소진 : 그래. 당산할아버지는 이 글귀의 뜻을 아실지도 몰라. 모르는 게 없으시니까.
아이들, 할아버지를 부르며 모두 노인을 둘러싸고 서서 쇳조각을 내어민다.
노인 : 왜들 이러느냐? (내어미는 쇳조각을 받으며) 이게 뭐냐?
순규 : 새가 떨어뜨리고 갔어요. 큰 새가.
민희 : 처음 보는 새였어요.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저쪽 산봉우리로 날아 갔어요.
노인 : 뭐? 새가 이 쇳조각을?
순규 : 네. 그 쇳조각에 새겨져 있는 이상한 글귀를 읽어 보세요.
노인 : (놀라며) 글귀라고? (쇳조각을 살피던 노인, 글자를 발견하고 읽는다.)「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오! 이건 ?!
동훈 : (궁금한 듯) 할아버지, 이 글귀의 뜻을 아세요?
노인 : (너무도 흥분하여 손을 부들부들 떨며) 오! 이건 분명 신의 뜻이로다!
소진 : (더욱 궁금한 듯) 할아버지, 말씀해 보세요. 이게 무슨 뜻이에요? 네? 할아버지.
노인 : (천천히 몸을 돌려 멀리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오! 드디어 전설의 계시가 이루어지려고 하 는구나. 그건 사실이었어. 그 전설은 사실이었다구.
태호 : (더욱 궁금해서) 궁금해 죽겠어요, 할아버지. 무슨 뜻인지 말씀해 주세요, 네?
노인 : (돌 위로 걸어가 앉으며) 모두 여기에 앉아라. 내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마.
아이들, 노인의 주위에 앉아 궁금한 듯 노인을 바라본다.
노인 : (아이들을 둘러보며) 이 마을에는 옛날부터 이런 전설이 전해오고 있단다. 무슨 전설인고 하니 옛날 이 마을에 힘이 장사인 두 형제가 오순도순 정답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저 산봉우리의 바위 때문에 크게 싸우게 되었지.
민희 : 바위 때문에 왜 싸워요?
노인 : (손으로 바위를 가리키며) 먼 옛날부터 저 바위가 이 마을에 복을 가져다 준다고 모두 믿 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마을은 다른 이웃 마을들 보다 훨씬 평화롭고 화목하게 잘 살고 있었더란다.
아이들 : 그래서요?
노인 : 이것을 시기한 이웃 마을 사람들이 공명심이 강한 동생을 부추겨서는 저 바위를 깨뜨리도 록 꾄거지. 저 바위를 깨뜨린 자는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 게 된다고 말이야.
아이들 : (바싹 다가앉으며) 그래서요?
신비한 음악소리와 함께 무대가 점차 어두워진다.
2
무대가 밝아지면 세 사나이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멀리 산봉우리의 바위는 어느새 온전한 한 덩어리다.
사나이 1 : (팔을 벌리고 아우에게 아첨하듯) 저 바위를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
사나이 2 : 암! 그렇고 말고. 자네야말로 힘이 장사가 아닌가! 자네 형도 자넬 이기지는 못할 걸.
사나이 1 : 저 바위를 깨뜨린 자 만이 명실공히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는 걸세.
사나이 2 : 그 소문은 온 나라에 퍼져 나가고,
사나이 1 :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자넬 영웅으로 우러러보며,
사나이 2 : 마침내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지.
사나이 1 : 저 바위가 이 마을에 복을 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사나이 2 : 거짓이고 말고. 저건 한낱 바위일 뿐이야.
아우 :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운 듯) 아아 !
그때 나무를 한 짐 짊어진 형이 등장하자 두 사나이,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슬그머니 나간다. 형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나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지게를 벗어놓고 괴로워하는 아우에게로 다가간다.
형 : (아우의 어깨를 잡으며) 왜 그러니? 응? 아우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괴로워 하는거니?
아우 : (갑자기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마당가에 있는 도끼를 집어들고 나서며) 저 바위를 깨뜨리 고 말겠어. 날 막지마, 형!
형 : (깜짝 놀라며) 아우야!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제발 정신 차려! 저 바위는 신성한 바위라구.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 바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어. 저 바위를 깨뜨리면 마 을에 재앙이 온다는 걸 모르니?
아우 : (막무가내로) 그래도 난 가겠어! 저 바위를 깨뜨리고 나는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겠어!
형 : 너 혼자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면 무엇하니?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난 이 고향, 이 마을에 재앙이 내려 곧 폐허가 되어버리고 말 텐데.
아우 : 난 몰라! 난 그런 것 몰라! 누구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설사 형이라 해도 날 막지 못해. 비켜!
형 : (아우를 가로막으며) 안돼! 절대로 안돼!
아우 : (형을 와락 밀치며) 비켜! 나는 형과는 달라. 나는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고 싶어. 이 마을 이 신의 노여움을 받아 폐허가 되든 말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
형 : (양팔을 벌려 막으며) 누구의 사주를 받아 네가 이렇게 되었니? 못 간다! 그 신성한 바위를 깨뜨려서는 안돼! 절대로! 절대로!
아우 :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들며) 내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내 적이야. 못 비키겠어?
형 : (도끼 잡은 손을 잡아 비틀며) 그래, 날 쳐 봐라. 이놈! 이 못된 놈! 이제보니 이놈이 형제의 의를 끊으려 하는구나!
형이 아우의 손목을 비틀어 쥐고 있던 도끼를 빼앗아 멀리 던져 버린다. 그리고는 서로 맞붙어서 땅바닥에 딩굴며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운다. 드디어 형은 동생의 강한 주먹에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아우가 비틀비틀 일어나 도끼를 집어들고 나가자, 형은 의식이 없는 가운데서도 안돼! 안돼! 하고 부르짖는다. 불안한 음악소리 점점 고조되다가 작아지고 천둥소리 차츰차츰 크게 들린다. 그러다가 쾅! 하고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무대 잠시 암전되었다가 밝아지면 산봉우리의 바위, 갈라져 있다.
형 : (천둥소리에 정신이 든 듯 황급히 고개를 들고 산봉우리를 바라보다가 바위가 갈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 오! 바위가 갈라지고 말았어! 기어 이 이 놈이 큰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구나! 이 일을 어쩐담! 이 일을, 이 일을 장차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흐흐흐흐…!
형이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뛰어나가면 다시 천둥소리 크게 들리고 무대 서서히 암전된다.
3
무대 다시 밝아지면 노인, 아이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노인 : 이렇게 해서 이 마을에 복을 준다고 믿고 있던 저 바위는 자기가 이 나라 제일의 장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우가 내려친 도끼에 맞아 깨어지고 말았고, 그 후로 이 마을에는 까닭없 이 재앙이 들어 몰락하고 말았다는 그런 전설이란다.
태호 : 휴우- 가슨 아픈 전설이로군.
순규 : 그 바위를 깨뜨린 아우는 어떻게 되었나요?
민희 : 이 나라 제일가는 장사가 되었나요?
노인 : 웬걸!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려가 뭇매질을 하여 쫓아내었지. 저 산 너머 북쪽 어딘가로 쫓겨 갔단다.
동훈 : 형은요? 형은 어떻게 되었나요?
노인 : 형은 아우를 말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마을 앞 강가에 앉아 괴로워하며 하염없이 울다가 들판 너머 저 남쪽 어딘가로 떠나갔고… 그 후로 그렇게 넘실대며 흐르던 마을 앞 강물도 해가 갈수록 말라 언제부턴가 물이 흐르지 않는 메마른 강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거야.
동훈 : 그런 전설이 우리 마을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노인 : (휴- 하고 한숨을 쉬며) 그래, 참으로 애달픈 전설이지.
소진 : 그런데 아까 큰 새가 떨어뜨리고 간 쇳조각과 이 전설이 무슨 연관이 있나요?
노인 : (쥐고있던 쇳조각을 들어보며) 그 전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전설로 이어지고 있단다. 즉 언젠가는 저 갈라진 바위가 다시 붙게 되고 강물도 출렁대며 흘러 이 마을에 다시 한 번 큰 번영이 오게 된다는 거지.
태호 : 그 때가 언젠데요?
노인 : 모든 주민이 화합하고 한 마음으로 뭉쳐 마을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때라고 되어 있지.
태호 : 그러면 지금이 그 때가 된 것일까요?
노인 : 그런 것 같다. 전설에는 신의 계시가 새겨져 있는 물체를 바위의 갈라진 틈에 끼우면 바위 가 다시 붙게 된다고 했어.
소진 : 그러면 바로 이 쇳조각이 ?!
순규 : 햐! 정말일까?
노인 : 그러나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동훈 : 누가 할 수 있는데요?
노인 : 진정으로 용기있고 희망에 가득찬 사람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야.
태호 : (앞으로 나서며) 우리가 가겠어요.
소진 : 그래요. 마을을 위하는 일이라면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아이들 : 우릴 보내주세요. 네, 할아버지!
순규 : 우린 잘 해 낼 자신이 있다구요.
노인 : (아이들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그래! 너희들은 잘 할 수 있고 말고!
노인, 천천히 일어나 마을을 향해 소리친다.
노인 : 모두들 다 나오시오. 드디어 전설이 이루어지려 하고 있소. 모두 이곳으로 모이시오.
마을사람 1 : (삽을 손에 든 채 달려나오며) 전설이 이루어지다니 그게 참말인가요?
마을사람 2 : (허겁지겁 달려나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그렇다면 저 갈라진 바위를 다시 붙일 신탁 이라도 받았단 말이요?
마을 사람들 5∼6명 몰려 나와 웅성거리며 둘러선다.
노인 : (쇳조각을 들어 보이며) 자, 이것을 보시오. 이것이 바로 그 전설의 쇳조각이오. 여기 에 이렇게 새겨져 있소.「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
마을사람 3 : 오! 어디 한번 봅시다. (노인으로부터 쇳조각을 받아 들고 유심히 살피다가 새겨진 글귀를 읽는다.)「바위가 춤을 추고 강물은 노래하리」(그러다가 노인의 손을 잡으 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사실이군요. 사실이군요. 그 전설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나 다니,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기적이라고 웅성거리며 즐거워한다.
노인 :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결코 이건 기적이 아닙니다. 그동안 이 마을에 살아온 우리 조 상들에서 부터 우리들에 이르기 까지 수백년 동안 이 전설을 굳게 믿고 어떤 재난이나 어 려움도 꿋꿋이 이겨내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힘찬 삶의 승리일 뿐입니다.
마을사람 4 : 그렇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 우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서 저 바위로 가서 이 전설이 이루어지게 합시다.
노인 :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가려고 하자 손을 들어 제지하며) 잠깐! 서두르지 마시오. 그 일 을 할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소. 신의 계시가 새겨진 이 쇳조각을 처음 발견한 아이들, 이 아이들 만이 오직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받은 자 들일 것이오.
마을사람 5 :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옳은 말씀입니다. 우리의 희망인 이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의 미래를 맡깁시다.
마을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한다.
노인 : (쇳조각을 아이들에게 쥐어주며) 부디 성공하고 오너라. 우리 마을의 미래가 너희들에게 달려있다.
동훈 : (쇳조각을 받아 품 속에 간직하며)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대로 한 눈 팔지 않고 곧장 가서 잘 해 내고 오겠습니다.
아이들 모두 손을 굳게 잡고 결의한 다음 떠나가자, 노인과 마을 사람들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마을사람 2 : (걱정스럽게) 잘 해 낼까요?
노인 : (확신에 찬 목소리로) 걱정하지 말게. 반드시 성공하고 올 것이네.
마을 사람들, 모두 저 멀리 산봉우리의 바위를 한없이 바라보고 서 있다. 희망찬 음악소리 울려 나오며 서서히 막이 내린다.
아래와 같은 이한영교사님의 아동극본입니다.
이 한 영(李漢榮)
略歷: 49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등학교 졸업
진주 교육대학 졸업
제 93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아동문예작가회회원
경남문인협회 · 마산문인협회회원
아동극작가
현 마산시 삼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