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인형극본) 우리가 지켜 줄게
작성자
인형극단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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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 줄게
극본 이한영
때 : 현대
곳 : 어느 숲 속
나오는 사람들 : 토끼, 다람쥐, 너구리, 여우, 노루, 엄마토끼, 미정, 영길, 동수, 사람 1, 사람 2
막이 열리면 나무와 바위들이 있는 숲 속이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토끼, 다람쥐, 너구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고 있다.
너구리 : (숨을 몰아쉬며) 아이 재미있어!
다람쥐 : 이제 우리 다른 놀이하자.
토끼 : 달리기 어때?
다람쥐 : 에이, 토끼 너는 선수잖아. 그보다는 차라리 나무 기어오르기가 낫겠다.
너구리 : 모두 다 할 수 있는 놀이를 해야지. 숨바꼭질 어때?
토끼 : 좋아
다람쥐 : 숨바꼭질이라면 나도 자신 있지.
셋이서 술래를 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그 때 갑자기 여우가 뛰어들어오며 소리 지른다.
여우 : (다급하게) 사람이다! 사람이 나타났다!
토끼 : (놀라며) 뭐, 사람? 정말이야?
여우 : 정말이야. 지금 이리로 오고 있어. 빨리 숨어.
동물들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우, 갑자기 깔깔대며 웃는다.
여우 : 하하하하. 아이 재미있어, 아이 재미있어.
그때서야 동물들, 여우에게 속은 줄 알고 화를 내며 안도의 숨을 몰아쉰다.
너구리 : (여우를 노려보며) 여우 너, 또 우릴 속였구나. 그런 장난하면 못쓴다고 노루할아 버지로 부터 그렇게 혼나고서도 또 그런 짓을 하니?
토끼 : 노루할아버지께 이를 테야.
여우 : (황급히) 미안해. 너희들끼리만 노니까 샘이 나서 그랬지 뭐.
다람쥐 : (여우를 잡아끌며) 같이 놀아. 우리 숨바꼭질 할거야.
여우 : (기뻐서) 그래.
넷이서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막 놀이를 시작하려는 데 엄마토끼가 뛰어들어오며 소리 지른다.
엄마토끼 : (숨가쁜 목소리로) 얘들아! 어서 숨어. 사람이 나타났어.
너구리 : 에이, 토끼아주머니까지 놀리시기예요?
엄마토끼 : 놀리는 게 아니란다. 사람들이 이리로 오고 있어.
다람쥐 : (바짝 긴장하며) 정말이에요? 아주머니.
엄마토끼 : 그럼. 저, 정말이고 말고. 어서 숨어. 무서운 총을 가지고 있더라구.
토끼 : (무서워하며) 엄마! (엄마토끼의 품을 파고든다.)
엄마토끼 : (아기토끼를 품에 안으며) 무서워하지 마라. 사람들이 찾지 못하게 꼭꼭 숨으면 돼.
동물들 모두 나무 뒤나 바위 뒤에 숨는다. 공포에 찬 음악 점점 고조되며 총을 든 사람들 2명 나타난다.
사람1 : (총을 겨누고 작은 소리로) 분명히 이 근처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났는데…….
사람2 : 요즘 짐승들은 약아빠져서 통 잡을 수가 없어.
사람1 : (이리저리 살피고 다니며) 토끼라도 한 마리 얼씬거리기만 하면 멋지게 내 사냥 솜 씨를 보여 줄 텐데 말이야.
사람2 :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무둥치를 발로 걷어차며) 에잇! 나쁜 놈의 짐승들 같으니 라고.
그 때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너구리, 놀라서 달아난다.
사람1 : 앗! 너구리다.
총을 겨누고 쏜다. 불안한 음악과 함께 총소리 온 숲 속에 울려 퍼지고 두 사냥꾼 부산하게 숲 속을 헤매고 다닌다. 총소리 몇 번 더 울린다.
사람1 : (총을 짚고 바위에 걸터앉으며) 에잇, 재수 없어. 한 방에 맞힐 수 있었는데 말이야.
사람2 : 안되겠어. 다른 방법을 써 보자구.
사람1 : 다른 방법? 어떻게?
사람2 : (배낭을 벗으며) 이럴 줄 알고 내가 준비해 온 게 있지.
배낭을 열고 그 속에서 올가미들을 끄집어낸다.
사람1 : (아주 반기며) 그래! 바로 그거야.
두 사람, 숲 이곳 저곳에 올가미들을 설치해 놓고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퇴장한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동물들 조심스럽게 나타난다.
너구리 : (올가미를 바라보며) 아이 무서워.
토끼 : (엄마 토끼의 품을 파고들며) 무서워, 엄마.
엄마토끼 : (토식이를 꼭 끌어안으며)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항시 조심하면 괜찮단다.
다람쥐 : 아이 무서워. 사람들은 왜 이리 잔인할까?
여우 : 우리가 자기들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노루 : 사람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란다. 우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엄마토끼 : (화를 내며) 그렇지 않아요. 노루영감님은 작년 일을 잊으셨어요? 우리 애 아빠 가 올가미에 걸려 잡혀 간 일 말이에요. 나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려서… 흑흑(흐느껴 운다.)
노루 :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해요, 토끼아주머니.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나도 가슴이 아프 다오.
다람쥐 : (분하다는 듯이) 사람들은 다 나빠요. 지난가을에는 사람들이 온 산의 도토리를 모두 다 주워 가는 바람에 우리 다람쥐들이 먹을 게 없어 이 고생이잖아요.
너구리 : 다람쥐 말이 맞아요. 저 뒷산에 돌감나무 있죠? 그 돌감은 해마다 겨울 동안 까마 귀네의 먹이였는데, 사람들이 약에 쓴다고 모두 다 따 가는 바람에 어떻게 겨울을 날까하고 까마귀네가 걱정이 태산같더라구요.
여우 : 온 산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약이 된다고 하면 무엇이나 잡아먹는 것이 사람들이 잖아요.
다람쥐 : (부르르 떨며) 사람이라면 정말 무서워요.
너구리 : (올가미를 가리키며) 저런 올가미가 온 숲 속 곳곳에서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있 다고 생각하니 마음대로 뛰어 놀 수도 없고…….
여우 : (씩씩거리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올가미를 잡아당기며) 에잇! 이놈의 올가미.
노루 : (깜짝 놀라며) 앗! 조심해라! 여우야.
모두 놀란 눈으로 여우를 바라보고, 여우는 분을 못 참겠다는 듯이 올가미를 잡고는 씩씩거린다.
노루 : (여우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끌며)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란다. 언제나 조 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 밖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짐승들의 타고난 운명이 아니 겠니?
엄마토끼 : (아기토끼에게) 토식아, 어쩌든지 조심해야 한다. 만일에 너마저 어떻게 되면(눈 물을 닦으며) 이 엄마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단다.
토식이 :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염려 마세요, 엄마. 조심할게요.
노루 : (모든 동물들을 둘러보며)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이상한 것이 있으면 가까이 가지 말고 멀리 돌아가야 돼. 내 말 알아듣겠지?
모두 : (풀죽은 목소리로) 예.
동물들, 모두 숲 속으로 슬금슬금 사라진다.
엄마토끼 : (들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불쌍해요. 이 아름다운 숲 속을 마음대 로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
노루 : 그러게 말이외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휴-하고 한숨을 쉰다)
엄마토끼 : 어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없을까요? 노루영감님.
노루 : 그런 곳이 어디 있겠소?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곳은 이 세상 천지에 아무 데도 없 으니까…….
엄마토끼 : 휴- 잔인한 사람들…….
그 때 급박한 상황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울부짖는 소리 들리며 너구리, 여우, 토끼가 다람쥐를 부축해서 들어온다.
너구리 : (다급한 목소리로) 노루할아버지! 다람쥐가 이상해요.
토식이 : 다람쥐가 거품을 내어 뿜으며 정신을 잃었어요.
노루 : (깜짝 놀라 다람쥐를 받아 안으며)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 니?
여우 : 저희들도 잘 모르겠어요. 다람쥐는 도토리를 찾는다고 저쪽에서 혼자 있었는데, 캑캑 거리는 소리에 달려갔더니 이렇게 쓰러져 있더라구요.
엄마토끼 : (다람쥐의 머리를 짚어보더니) 뭘 잘 못 먹은 게 분명해요. 좀 토했으면 좋으련 만…….
노루 : (다람쥐를 마구 흔들며) 다람쥐야! 다람쥐야! 내 말 들리니?
엄마토끼 : (다람쥐의 등을 툭툭 치며) 다람쥐야! 정신차려라, 다람쥐야! 응?
다람쥐가 갑자기 웩! 웩! 하며 먹은 것을 토한다.
엄마토끼 : (반가워서) 오! 다람쥐야. 그래 실컷 토해 버리렴. 이제 정신이 좀 드니?
다람쥐 : (작은 목소리로) 엄마…….
노루 : 오! 다행이다. 그래,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니?
다람쥐 : 물 좀…….
엄마토끼 : 물! 그래, 내 물 떠오마.
엄마토끼, 달려나가더니 물을 떠와 다람쥐에게 먹인다. 다람쥐, 정신이 좀 드는지 일어나 앉는다. 잔잔한 음악 흘러나온다.
다람쥐 :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고는) 도토리를 찾다가 하도 배가 고파서 밀감껍질을 주워 먹었어요.
노루 : 뭐? 밀감껍질?
다람쥐 : 예. 그거라도 씹어 먹으면 허기가 좀 가실까 해서…….
엄마토끼 : (가엽다는 듯이) 쯧쯧, 불쌍한 것.
노루 : 밀감껍질이라면 먹어도 별 탈이 없을 텐데…….
엄마토끼 : 아니에요. 사람들이 까먹고 버리는 밀감껍질에 무서운 농약이 묻어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다람쥐 : 전에는 먹어도 괜찮았어요.
엄마토끼 : 괜찮은 것도 있겠지만 무서운 독이 묻어 있는 것이 있단다. 앞으로는 절대 그런 걸 주워 먹지 말아라.
다람쥐 : 예.
엄마토끼 : (화난 목소리로) 이래저래 사람들이 우릴 골탕먹인다니까.
노루 : 사람들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겠지요.
그 때 갑자기 너구리가 소리친다.
너구리 : (놀라며) 앗! 조심해, 토끼야.
토식이 : (울부짖는 목소리로) 엄마!
엄마토끼 : (놀라서 돌아보며) 토식아! 토식아!
토식이가 무심코 한발 내디디다가 올가미에 뒷다리가 걸려 버둥거린다. 불안과 공포에 찬 음악 고조되며 엄마토끼, 토식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한다.
엄마토끼 : (비통한 목소리로) 토식아! 그렇게 내가 조심하라고 했는데 기어이 이런 일이 일 어나고 말았구나.
토식이 : (두려움에 떨며) 미안해요, 엄마. 나도 모르게 그만 올가미를 밟고 말았어요.
엄마토끼 : (울음 섞인 목소리로) 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단 말이냐, 이 일을. 흑흑.
노루 : (분노에 찬 목소리로) 못된 인간들 같으니라고…….
토식이 : (울먹이며) 아, 다리가 아파요. 빨리 절 좀 구해 주세요, 네? 엄마.
엄마토끼 : 토식아, 발버둥치지 말고 가만히 있으렴. 올가미는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조여 온단다. 어쩌던지 널 구해내고야 말 테니.
엄마토끼, 달려들어 올가미를 물어뜯는다. 엄마토끼의 입가에 벌겋게 피가 묻어나고 다른 동물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긴박감이 넘치는 음악 흘러나온다.
너구리 : 토끼아주머니, 제가 해 볼게요. 아무래도 제 이빨이 좀 더 날카로울 테니까요.
음악 계속 이어지고 너구리와 여우, 노루, 다람쥐까지 달려들어 끊어보려고 해 보지만 올가미는 더욱 단단히 조여질 뿐이다. 토식이, 소리내어 울자 엄마토끼도 토식이를 붙들고 따라 운다.
엄마토끼 : (노루의 손을 움켜잡으며) 노루영감님, 어떻게든 우리 토식이를 좀 살려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네?
노루 : (딱하다는 듯이) 고정하세요, 토끼아주머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잖 아요. 반드시 무슨 수가 있을 거예요.
엄마토끼 : (결연한 어조로) 우리 토식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어요. 제발 우리 토식이를 좀 구해 주세요.
노루 : 이런 딱한 일이 있나…….
엄마토끼, 다시 올가미를 끊으려 달려들자 노루가 말린다.
노루 : (엄마토끼를 붙들어 일으키며) 이 올가미를 우리 힘으로 끊는다는 건 무립니다. 약간 위험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떨까요?
엄마토끼 : (반색을 하며) 어떻게요?
노루 : 아마 곧 사람들이 올가미를 보러 올 겁니다. 올가미에서 토식이를 꺼집어내 었을 때, 우리가 갑자기 달려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해서 토식이를 구출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여우 : (손뼉을 치며)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우리가 숨어 있다가 갑자가 달려나가면 아무리 간 큰 사람이라도 놀라 토식이를 버리고 달아날 거예요.
너구리 : 맞아요. 노루할아버지랑 저랑 여우, 다람쥐가 사방에서 달려드는 거예요.
다람쥐 :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 될까? 잘못하면 우리까지 잡힐 텐데…….
노루 : (단호하게) 지금은 그 수밖에 없어.
엄마토끼 : 나도 뛰어 나가겠어요.
노루 : 토끼아주머니는 안 돼요.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토식이를 안고 재빨리 달아나야 해 요.
여우 : 그렇게 하세요, 토끼아주머니.
엄마토끼 : (동물들의 손을 잡으며) 모두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 게요.
토식이 : (괴로운 듯) 아아, 엄마! 다리가 자꾸 저려와요.
엄마토끼 : (토식이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듯) 조금만 더 참아라, 응? 곧 구해 줄 테니…….(돌아서서 운다)
노루 : 자, 그러면 우리 모두 연습을 해 보자꾸나. 너구리는 저쪽, 여우는 이쪽, 다람쥐는 저 뒤쪽, 그리고 나는 여기서 뛰어나갈게. 내가 돌멩이를 던지는 것을 신호로 해서 달려 나가는 거다, 알겠지?
모두 : (비장하게) 예
연습을 하기 위해 막 제 위치로 갈려고 하는데 갑자기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들 바짝 긴장해서 서로 바라본다. 긴박한 음악 고조되었다가 차츰 사라진다.
노루 : (낮은 목소리로) 자! 실수 없이 해야 돼. 각자 위치로!
모두 : 위치로!
동물들 모두 숨자 세 아이가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모두 배낭을 메고 손에 뭔가를 하나씩 들고 있다.
미정 : 동수야, 네가 만든 새집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얘.
동수 : 이건 새집이 아니고 다람쥐 쳇바퀴야. 다람쥐가 심심하면 쳇바퀴 돌리면서 놀라고 달 아주려는 거야.
영길 : 하하, 다람쥐가 숲 속에서도 쳇바퀴를 돌릴까?
동수 : 만든 성의를 봐서라도 그냥 두기야 하겠니?
미정 : (숲을 둘러보며) 이 숲 가득 새들이 날아다니고 토끼,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마음껏 뛰어 논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수 : 우리 손으로 꼭 그런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야 돼. 그런 의미에서 자, 화이팅!
동수가 손을 내밀자 미정, 영길, 함께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치고는 배낭을 벗어놓고 각자 가지고 온 새집을 나무에 달아맨다. 그때 토끼의 신음소리 들린다.
미정 :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조용히 해 봐. 무슨 소리가 들렸어.
동수 : 그래, 나도 들었어. 무슨 신음소리 같았는데…?
미정 : (사방을 둘러보다가) 앗! 저것 봐, 토끼다.
영길 : 정말!
아이들, 토끼에게 가까이 간다. 토끼는 놀라 더욱 버둥거린다.
영길 : (놀라며) 올가미에 걸렸잖아.
미정 : 가여워라. 얼마나 발버둥쳤는지 이 피 좀 봐.
동수 : 어서 풀어주자.
영길 : 그래.
세 아이, 올가미에서 토끼를 구출해 내고는 손수건을 찢어 다리의 상처를 매어준다. 평화스런 음악 잔잔히 흘러나온다.
미정 : (분노에 찬 목소리로) 누가 이렇게 잔인한 짓을 했을까?
동수 : 그 사람들도 이 올가미에 묶여 이런 고통을 당해보게 해야돼.
영길 : (걱정스럽게) 다리를 많이 다쳤는데 살 수 있을까?
동수 : 야생동물이라 살 수 있을 거야.
미정 : (토끼를 살며시 땅에 내려놓고 쓰다듬으며) 잘 가거라 토끼야.
동수 : 다시는 이런 올가미에 걸리지 말아라.
막 토끼를 놓아주려는데, 등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 흠칫 놀라 토끼를 안고 돌아선다. 불안과 공포에 찬 음악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가 끊어진다.
사나이 : (무서운 표정으로) 어서 그 토끼를 이리 내 놔라!
영길 : (토끼를 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아저씨는 누구세요?
사나이 : (손을 내밀며) 내가 그 토끼의 임자다. 그러니 어서 그 토끼를 이리 다오.
동수 : 오라! 그러니까 아저씨가 이 올가미를 여기에 설치했군요.
미정 : (사나이를 쏘아보며) 어쩌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요? 이 토끼가 불쌍하지도 않 아요?
사나이 : (어처구니없다는 듯) 너희들이 웬 참견이니? 여러 말 말고 토끼나 이리 다오.
동수 : (주먹을 불끈 쥐며) 나쁜 아저씨 같으니라고!
영길 : 절대로 이 토낄 내어줄 수 없어요.
사나이 : (화난 목소리로) 뭐라고? 쬐그만 녀석들이 건방지구나. 말로 해서 안되겠군. 혼이 한번 나 볼래?
불안한 음악 흘러나오는 가운데 사나이 한 발 한 발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아이들 토끼를 안고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난다.
영길 : (토끼를 잽싸게 미정이에게 건네주며) 미정아, 이 토낄 어서 숲 속에 놓아줘. 나랑 영길이가 이 아저씰 막고 있을 테니.
미정 : (토끼를 넘겨받으며) 그래.
미정, 토끼를 안고 달아난다. 급박한 음악 속에서 사나이가 미정을 잡으러 달려가자, 동수와 영길이가 사나이를 붙들고 늘어진다.
사나이 : (아이들을 잡아떼며) 놔라, 이 녀석들아! 어서 놔!
동수 : (더욱 꽉 끌어안으며) 그럴 순 없어요. 절대 그럴 순 없다구요.
영길 : 저 토낄 잡아가려거든 차라리 우릴 잡아가세요.
사나이 : (아이들을 더욱 거칠게 다루며) 이 찰거머리 같은 녀석들! 어서 놓지 못해?
급박한 음악 계속된다. 아이들은 내팽개쳐졌다가는 다시 일어나 허리를 끌어안고 쓰러지면서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이윽고 미정이가 토끼를 숲 속에 놓아주고 들어오자, 그때서야 아이들 사나이를 놓고 일어선다.
사나이 : (토끼를 풀어준 숲 속을 아쉬운 듯이 바라보다가 주먹으로 동수와 영길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에이, 지독한 녀석들!
미정 : (한 발 다가서며) 아저씨! 앞으로는 제발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올가미에 걸려 발버 둥치는 동물들이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사나이 : 시끄러워! 동물은 동물일 뿐이야.
동수 : (사나이를 노려보며) 이 숲에서 또다시 그런 짓을 한다면 결코 우리가 그냥 보고 있 지는 않을 거예요.
영길 : 동물을 사랑하지는 못해도 괴롭히진 마세요.
사나이 : (옷을 털며) 에잇! 재수 없어.
사나이가 투덜거리며 나가자, 아이들 서로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온 숲을 돌아다니며 올가미들을 모두 떼어내고, 배낭을 열어서는 동물들의 먹이를 꺼내어 숲 속에 뿌린다. 평화로운 음악 잔잔하게 울려 퍼지며 나무 뒤에서 다람쥐가 빼꼼이 얼굴을 내어 민다.
미정 : (반가워서) 어머! 다람쥐야.
영길 : (돌아보며) 어디 어디?
미정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봐, 저기 나무 뒤에.
동수 : 배가 고픈가 봐.
영길 : (알밤을 다람쥐 앞으로 굴러주며) 자, 어서 먹어, 다람쥐야. 너희들 주려고 이렇게 가 져온 거야.
동수 : (기쁨에 찬 목소리로) 야! 토끼도 있다.
미정 : 어머, 정말. 아까 그 토낀가 봐.
이윽고 숨어 있던 동물들 하나 둘 나무 뒤에서 나오자, 아이들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엄마토끼 : (토식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오며)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우리 토식이를 구할 수 있었어
토식이 : 정말 고마워. 난 이제 꼭 죽는 줄 알았어. 너희들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영길 : (어리둥절하며) 어라? 토끼가 말을 하네!
미정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동수 : (손가락으로 볼을 꼬집어보며) 혹시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노루 : (한 발 앞으로 나오며)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사람이든 동물 이든 상관없이 서로 말이 통하게 되지.
영길 : 오! 그렇구나.
너구리 : 너희들은 정말 착한 아이들이야.
여우 :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제일 착해.
미정 : 우리 친구들도 모두 너희들을 아끼고 사랑한단다.
동수 : 몇몇 나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너희들을 사랑하지.
다람쥐 : 난 지난번에 아이들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다리를 다친 후로 사람이 미웠는데 너 희들을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
동식 : 이제 안심해. 우리가 너희들을 지켜 줄게.
동물들 : (좋아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동식 :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뛰어 노는 우린 모두 친구지.
영길 : 그래! 우린 친구야.
미정 : 친구들끼리 손잡고 노래나 한 곡 부를까?
동물들 : (손뼉을 치며) 그래.
아이들과 동물들, 손을 잡고 둥글게 돌며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른다. `우리 모두 다함께` 노래가 숲 속 가득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서서히 막이 닫힌다.
초등학교교사이신 이한영선생님의 아동극본입니다.
이 한 영(李漢榮)
略歷: 49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등학교 졸업
진주 교육대학 졸업
제 93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아동문예작가회회원
경남문인협회 · 마산문인협회회원
아동극작가
현 마산시 삼계초등학교 교사
극본 이한영
때 : 현대
곳 : 어느 숲 속
나오는 사람들 : 토끼, 다람쥐, 너구리, 여우, 노루, 엄마토끼, 미정, 영길, 동수, 사람 1, 사람 2
막이 열리면 나무와 바위들이 있는 숲 속이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토끼, 다람쥐, 너구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고 있다.
너구리 : (숨을 몰아쉬며) 아이 재미있어!
다람쥐 : 이제 우리 다른 놀이하자.
토끼 : 달리기 어때?
다람쥐 : 에이, 토끼 너는 선수잖아. 그보다는 차라리 나무 기어오르기가 낫겠다.
너구리 : 모두 다 할 수 있는 놀이를 해야지. 숨바꼭질 어때?
토끼 : 좋아
다람쥐 : 숨바꼭질이라면 나도 자신 있지.
셋이서 술래를 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그 때 갑자기 여우가 뛰어들어오며 소리 지른다.
여우 : (다급하게) 사람이다! 사람이 나타났다!
토끼 : (놀라며) 뭐, 사람? 정말이야?
여우 : 정말이야. 지금 이리로 오고 있어. 빨리 숨어.
동물들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우, 갑자기 깔깔대며 웃는다.
여우 : 하하하하. 아이 재미있어, 아이 재미있어.
그때서야 동물들, 여우에게 속은 줄 알고 화를 내며 안도의 숨을 몰아쉰다.
너구리 : (여우를 노려보며) 여우 너, 또 우릴 속였구나. 그런 장난하면 못쓴다고 노루할아 버지로 부터 그렇게 혼나고서도 또 그런 짓을 하니?
토끼 : 노루할아버지께 이를 테야.
여우 : (황급히) 미안해. 너희들끼리만 노니까 샘이 나서 그랬지 뭐.
다람쥐 : (여우를 잡아끌며) 같이 놀아. 우리 숨바꼭질 할거야.
여우 : (기뻐서) 그래.
넷이서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막 놀이를 시작하려는 데 엄마토끼가 뛰어들어오며 소리 지른다.
엄마토끼 : (숨가쁜 목소리로) 얘들아! 어서 숨어. 사람이 나타났어.
너구리 : 에이, 토끼아주머니까지 놀리시기예요?
엄마토끼 : 놀리는 게 아니란다. 사람들이 이리로 오고 있어.
다람쥐 : (바짝 긴장하며) 정말이에요? 아주머니.
엄마토끼 : 그럼. 저, 정말이고 말고. 어서 숨어. 무서운 총을 가지고 있더라구.
토끼 : (무서워하며) 엄마! (엄마토끼의 품을 파고든다.)
엄마토끼 : (아기토끼를 품에 안으며) 무서워하지 마라. 사람들이 찾지 못하게 꼭꼭 숨으면 돼.
동물들 모두 나무 뒤나 바위 뒤에 숨는다. 공포에 찬 음악 점점 고조되며 총을 든 사람들 2명 나타난다.
사람1 : (총을 겨누고 작은 소리로) 분명히 이 근처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났는데…….
사람2 : 요즘 짐승들은 약아빠져서 통 잡을 수가 없어.
사람1 : (이리저리 살피고 다니며) 토끼라도 한 마리 얼씬거리기만 하면 멋지게 내 사냥 솜 씨를 보여 줄 텐데 말이야.
사람2 :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무둥치를 발로 걷어차며) 에잇! 나쁜 놈의 짐승들 같으니 라고.
그 때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너구리, 놀라서 달아난다.
사람1 : 앗! 너구리다.
총을 겨누고 쏜다. 불안한 음악과 함께 총소리 온 숲 속에 울려 퍼지고 두 사냥꾼 부산하게 숲 속을 헤매고 다닌다. 총소리 몇 번 더 울린다.
사람1 : (총을 짚고 바위에 걸터앉으며) 에잇, 재수 없어. 한 방에 맞힐 수 있었는데 말이야.
사람2 : 안되겠어. 다른 방법을 써 보자구.
사람1 : 다른 방법? 어떻게?
사람2 : (배낭을 벗으며) 이럴 줄 알고 내가 준비해 온 게 있지.
배낭을 열고 그 속에서 올가미들을 끄집어낸다.
사람1 : (아주 반기며) 그래! 바로 그거야.
두 사람, 숲 이곳 저곳에 올가미들을 설치해 놓고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퇴장한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동물들 조심스럽게 나타난다.
너구리 : (올가미를 바라보며) 아이 무서워.
토끼 : (엄마 토끼의 품을 파고들며) 무서워, 엄마.
엄마토끼 : (토식이를 꼭 끌어안으며)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항시 조심하면 괜찮단다.
다람쥐 : 아이 무서워. 사람들은 왜 이리 잔인할까?
여우 : 우리가 자기들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노루 : 사람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란다. 우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엄마토끼 : (화를 내며) 그렇지 않아요. 노루영감님은 작년 일을 잊으셨어요? 우리 애 아빠 가 올가미에 걸려 잡혀 간 일 말이에요. 나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려서… 흑흑(흐느껴 운다.)
노루 :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해요, 토끼아주머니.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나도 가슴이 아프 다오.
다람쥐 : (분하다는 듯이) 사람들은 다 나빠요. 지난가을에는 사람들이 온 산의 도토리를 모두 다 주워 가는 바람에 우리 다람쥐들이 먹을 게 없어 이 고생이잖아요.
너구리 : 다람쥐 말이 맞아요. 저 뒷산에 돌감나무 있죠? 그 돌감은 해마다 겨울 동안 까마 귀네의 먹이였는데, 사람들이 약에 쓴다고 모두 다 따 가는 바람에 어떻게 겨울을 날까하고 까마귀네가 걱정이 태산같더라구요.
여우 : 온 산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약이 된다고 하면 무엇이나 잡아먹는 것이 사람들이 잖아요.
다람쥐 : (부르르 떨며) 사람이라면 정말 무서워요.
너구리 : (올가미를 가리키며) 저런 올가미가 온 숲 속 곳곳에서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있 다고 생각하니 마음대로 뛰어 놀 수도 없고…….
여우 : (씩씩거리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올가미를 잡아당기며) 에잇! 이놈의 올가미.
노루 : (깜짝 놀라며) 앗! 조심해라! 여우야.
모두 놀란 눈으로 여우를 바라보고, 여우는 분을 못 참겠다는 듯이 올가미를 잡고는 씩씩거린다.
노루 : (여우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끌며)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란다. 언제나 조 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 밖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짐승들의 타고난 운명이 아니 겠니?
엄마토끼 : (아기토끼에게) 토식아, 어쩌든지 조심해야 한다. 만일에 너마저 어떻게 되면(눈 물을 닦으며) 이 엄마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단다.
토식이 :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염려 마세요, 엄마. 조심할게요.
노루 : (모든 동물들을 둘러보며)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이상한 것이 있으면 가까이 가지 말고 멀리 돌아가야 돼. 내 말 알아듣겠지?
모두 : (풀죽은 목소리로) 예.
동물들, 모두 숲 속으로 슬금슬금 사라진다.
엄마토끼 : (들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불쌍해요. 이 아름다운 숲 속을 마음대 로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
노루 : 그러게 말이외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휴-하고 한숨을 쉰다)
엄마토끼 : 어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없을까요? 노루영감님.
노루 : 그런 곳이 어디 있겠소?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곳은 이 세상 천지에 아무 데도 없 으니까…….
엄마토끼 : 휴- 잔인한 사람들…….
그 때 급박한 상황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울부짖는 소리 들리며 너구리, 여우, 토끼가 다람쥐를 부축해서 들어온다.
너구리 : (다급한 목소리로) 노루할아버지! 다람쥐가 이상해요.
토식이 : 다람쥐가 거품을 내어 뿜으며 정신을 잃었어요.
노루 : (깜짝 놀라 다람쥐를 받아 안으며)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 니?
여우 : 저희들도 잘 모르겠어요. 다람쥐는 도토리를 찾는다고 저쪽에서 혼자 있었는데, 캑캑 거리는 소리에 달려갔더니 이렇게 쓰러져 있더라구요.
엄마토끼 : (다람쥐의 머리를 짚어보더니) 뭘 잘 못 먹은 게 분명해요. 좀 토했으면 좋으련 만…….
노루 : (다람쥐를 마구 흔들며) 다람쥐야! 다람쥐야! 내 말 들리니?
엄마토끼 : (다람쥐의 등을 툭툭 치며) 다람쥐야! 정신차려라, 다람쥐야! 응?
다람쥐가 갑자기 웩! 웩! 하며 먹은 것을 토한다.
엄마토끼 : (반가워서) 오! 다람쥐야. 그래 실컷 토해 버리렴. 이제 정신이 좀 드니?
다람쥐 : (작은 목소리로) 엄마…….
노루 : 오! 다행이다. 그래,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니?
다람쥐 : 물 좀…….
엄마토끼 : 물! 그래, 내 물 떠오마.
엄마토끼, 달려나가더니 물을 떠와 다람쥐에게 먹인다. 다람쥐, 정신이 좀 드는지 일어나 앉는다. 잔잔한 음악 흘러나온다.
다람쥐 :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고는) 도토리를 찾다가 하도 배가 고파서 밀감껍질을 주워 먹었어요.
노루 : 뭐? 밀감껍질?
다람쥐 : 예. 그거라도 씹어 먹으면 허기가 좀 가실까 해서…….
엄마토끼 : (가엽다는 듯이) 쯧쯧, 불쌍한 것.
노루 : 밀감껍질이라면 먹어도 별 탈이 없을 텐데…….
엄마토끼 : 아니에요. 사람들이 까먹고 버리는 밀감껍질에 무서운 농약이 묻어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다람쥐 : 전에는 먹어도 괜찮았어요.
엄마토끼 : 괜찮은 것도 있겠지만 무서운 독이 묻어 있는 것이 있단다. 앞으로는 절대 그런 걸 주워 먹지 말아라.
다람쥐 : 예.
엄마토끼 : (화난 목소리로) 이래저래 사람들이 우릴 골탕먹인다니까.
노루 : 사람들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겠지요.
그 때 갑자기 너구리가 소리친다.
너구리 : (놀라며) 앗! 조심해, 토끼야.
토식이 : (울부짖는 목소리로) 엄마!
엄마토끼 : (놀라서 돌아보며) 토식아! 토식아!
토식이가 무심코 한발 내디디다가 올가미에 뒷다리가 걸려 버둥거린다. 불안과 공포에 찬 음악 고조되며 엄마토끼, 토식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한다.
엄마토끼 : (비통한 목소리로) 토식아! 그렇게 내가 조심하라고 했는데 기어이 이런 일이 일 어나고 말았구나.
토식이 : (두려움에 떨며) 미안해요, 엄마. 나도 모르게 그만 올가미를 밟고 말았어요.
엄마토끼 : (울음 섞인 목소리로) 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단 말이냐, 이 일을. 흑흑.
노루 : (분노에 찬 목소리로) 못된 인간들 같으니라고…….
토식이 : (울먹이며) 아, 다리가 아파요. 빨리 절 좀 구해 주세요, 네? 엄마.
엄마토끼 : 토식아, 발버둥치지 말고 가만히 있으렴. 올가미는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조여 온단다. 어쩌던지 널 구해내고야 말 테니.
엄마토끼, 달려들어 올가미를 물어뜯는다. 엄마토끼의 입가에 벌겋게 피가 묻어나고 다른 동물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긴박감이 넘치는 음악 흘러나온다.
너구리 : 토끼아주머니, 제가 해 볼게요. 아무래도 제 이빨이 좀 더 날카로울 테니까요.
음악 계속 이어지고 너구리와 여우, 노루, 다람쥐까지 달려들어 끊어보려고 해 보지만 올가미는 더욱 단단히 조여질 뿐이다. 토식이, 소리내어 울자 엄마토끼도 토식이를 붙들고 따라 운다.
엄마토끼 : (노루의 손을 움켜잡으며) 노루영감님, 어떻게든 우리 토식이를 좀 살려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네?
노루 : (딱하다는 듯이) 고정하세요, 토끼아주머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잖 아요. 반드시 무슨 수가 있을 거예요.
엄마토끼 : (결연한 어조로) 우리 토식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어요. 제발 우리 토식이를 좀 구해 주세요.
노루 : 이런 딱한 일이 있나…….
엄마토끼, 다시 올가미를 끊으려 달려들자 노루가 말린다.
노루 : (엄마토끼를 붙들어 일으키며) 이 올가미를 우리 힘으로 끊는다는 건 무립니다. 약간 위험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떨까요?
엄마토끼 : (반색을 하며) 어떻게요?
노루 : 아마 곧 사람들이 올가미를 보러 올 겁니다. 올가미에서 토식이를 꺼집어내 었을 때, 우리가 갑자기 달려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해서 토식이를 구출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여우 : (손뼉을 치며)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우리가 숨어 있다가 갑자가 달려나가면 아무리 간 큰 사람이라도 놀라 토식이를 버리고 달아날 거예요.
너구리 : 맞아요. 노루할아버지랑 저랑 여우, 다람쥐가 사방에서 달려드는 거예요.
다람쥐 :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 될까? 잘못하면 우리까지 잡힐 텐데…….
노루 : (단호하게) 지금은 그 수밖에 없어.
엄마토끼 : 나도 뛰어 나가겠어요.
노루 : 토끼아주머니는 안 돼요.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토식이를 안고 재빨리 달아나야 해 요.
여우 : 그렇게 하세요, 토끼아주머니.
엄마토끼 : (동물들의 손을 잡으며) 모두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 게요.
토식이 : (괴로운 듯) 아아, 엄마! 다리가 자꾸 저려와요.
엄마토끼 : (토식이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듯) 조금만 더 참아라, 응? 곧 구해 줄 테니…….(돌아서서 운다)
노루 : 자, 그러면 우리 모두 연습을 해 보자꾸나. 너구리는 저쪽, 여우는 이쪽, 다람쥐는 저 뒤쪽, 그리고 나는 여기서 뛰어나갈게. 내가 돌멩이를 던지는 것을 신호로 해서 달려 나가는 거다, 알겠지?
모두 : (비장하게) 예
연습을 하기 위해 막 제 위치로 갈려고 하는데 갑자기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들 바짝 긴장해서 서로 바라본다. 긴박한 음악 고조되었다가 차츰 사라진다.
노루 : (낮은 목소리로) 자! 실수 없이 해야 돼. 각자 위치로!
모두 : 위치로!
동물들 모두 숨자 세 아이가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모두 배낭을 메고 손에 뭔가를 하나씩 들고 있다.
미정 : 동수야, 네가 만든 새집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얘.
동수 : 이건 새집이 아니고 다람쥐 쳇바퀴야. 다람쥐가 심심하면 쳇바퀴 돌리면서 놀라고 달 아주려는 거야.
영길 : 하하, 다람쥐가 숲 속에서도 쳇바퀴를 돌릴까?
동수 : 만든 성의를 봐서라도 그냥 두기야 하겠니?
미정 : (숲을 둘러보며) 이 숲 가득 새들이 날아다니고 토끼,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마음껏 뛰어 논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수 : 우리 손으로 꼭 그런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야 돼. 그런 의미에서 자, 화이팅!
동수가 손을 내밀자 미정, 영길, 함께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치고는 배낭을 벗어놓고 각자 가지고 온 새집을 나무에 달아맨다. 그때 토끼의 신음소리 들린다.
미정 :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조용히 해 봐. 무슨 소리가 들렸어.
동수 : 그래, 나도 들었어. 무슨 신음소리 같았는데…?
미정 : (사방을 둘러보다가) 앗! 저것 봐, 토끼다.
영길 : 정말!
아이들, 토끼에게 가까이 간다. 토끼는 놀라 더욱 버둥거린다.
영길 : (놀라며) 올가미에 걸렸잖아.
미정 : 가여워라. 얼마나 발버둥쳤는지 이 피 좀 봐.
동수 : 어서 풀어주자.
영길 : 그래.
세 아이, 올가미에서 토끼를 구출해 내고는 손수건을 찢어 다리의 상처를 매어준다. 평화스런 음악 잔잔히 흘러나온다.
미정 : (분노에 찬 목소리로) 누가 이렇게 잔인한 짓을 했을까?
동수 : 그 사람들도 이 올가미에 묶여 이런 고통을 당해보게 해야돼.
영길 : (걱정스럽게) 다리를 많이 다쳤는데 살 수 있을까?
동수 : 야생동물이라 살 수 있을 거야.
미정 : (토끼를 살며시 땅에 내려놓고 쓰다듬으며) 잘 가거라 토끼야.
동수 : 다시는 이런 올가미에 걸리지 말아라.
막 토끼를 놓아주려는데, 등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 흠칫 놀라 토끼를 안고 돌아선다. 불안과 공포에 찬 음악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가 끊어진다.
사나이 : (무서운 표정으로) 어서 그 토끼를 이리 내 놔라!
영길 : (토끼를 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아저씨는 누구세요?
사나이 : (손을 내밀며) 내가 그 토끼의 임자다. 그러니 어서 그 토끼를 이리 다오.
동수 : 오라! 그러니까 아저씨가 이 올가미를 여기에 설치했군요.
미정 : (사나이를 쏘아보며) 어쩌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요? 이 토끼가 불쌍하지도 않 아요?
사나이 : (어처구니없다는 듯) 너희들이 웬 참견이니? 여러 말 말고 토끼나 이리 다오.
동수 : (주먹을 불끈 쥐며) 나쁜 아저씨 같으니라고!
영길 : 절대로 이 토낄 내어줄 수 없어요.
사나이 : (화난 목소리로) 뭐라고? 쬐그만 녀석들이 건방지구나. 말로 해서 안되겠군. 혼이 한번 나 볼래?
불안한 음악 흘러나오는 가운데 사나이 한 발 한 발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아이들 토끼를 안고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난다.
영길 : (토끼를 잽싸게 미정이에게 건네주며) 미정아, 이 토낄 어서 숲 속에 놓아줘. 나랑 영길이가 이 아저씰 막고 있을 테니.
미정 : (토끼를 넘겨받으며) 그래.
미정, 토끼를 안고 달아난다. 급박한 음악 속에서 사나이가 미정을 잡으러 달려가자, 동수와 영길이가 사나이를 붙들고 늘어진다.
사나이 : (아이들을 잡아떼며) 놔라, 이 녀석들아! 어서 놔!
동수 : (더욱 꽉 끌어안으며) 그럴 순 없어요. 절대 그럴 순 없다구요.
영길 : 저 토낄 잡아가려거든 차라리 우릴 잡아가세요.
사나이 : (아이들을 더욱 거칠게 다루며) 이 찰거머리 같은 녀석들! 어서 놓지 못해?
급박한 음악 계속된다. 아이들은 내팽개쳐졌다가는 다시 일어나 허리를 끌어안고 쓰러지면서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이윽고 미정이가 토끼를 숲 속에 놓아주고 들어오자, 그때서야 아이들 사나이를 놓고 일어선다.
사나이 : (토끼를 풀어준 숲 속을 아쉬운 듯이 바라보다가 주먹으로 동수와 영길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에이, 지독한 녀석들!
미정 : (한 발 다가서며) 아저씨! 앞으로는 제발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올가미에 걸려 발버 둥치는 동물들이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사나이 : 시끄러워! 동물은 동물일 뿐이야.
동수 : (사나이를 노려보며) 이 숲에서 또다시 그런 짓을 한다면 결코 우리가 그냥 보고 있 지는 않을 거예요.
영길 : 동물을 사랑하지는 못해도 괴롭히진 마세요.
사나이 : (옷을 털며) 에잇! 재수 없어.
사나이가 투덜거리며 나가자, 아이들 서로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온 숲을 돌아다니며 올가미들을 모두 떼어내고, 배낭을 열어서는 동물들의 먹이를 꺼내어 숲 속에 뿌린다. 평화로운 음악 잔잔하게 울려 퍼지며 나무 뒤에서 다람쥐가 빼꼼이 얼굴을 내어 민다.
미정 : (반가워서) 어머! 다람쥐야.
영길 : (돌아보며) 어디 어디?
미정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봐, 저기 나무 뒤에.
동수 : 배가 고픈가 봐.
영길 : (알밤을 다람쥐 앞으로 굴러주며) 자, 어서 먹어, 다람쥐야. 너희들 주려고 이렇게 가 져온 거야.
동수 : (기쁨에 찬 목소리로) 야! 토끼도 있다.
미정 : 어머, 정말. 아까 그 토낀가 봐.
이윽고 숨어 있던 동물들 하나 둘 나무 뒤에서 나오자, 아이들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엄마토끼 : (토식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오며)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우리 토식이를 구할 수 있었어
토식이 : 정말 고마워. 난 이제 꼭 죽는 줄 알았어. 너희들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영길 : (어리둥절하며) 어라? 토끼가 말을 하네!
미정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동수 : (손가락으로 볼을 꼬집어보며) 혹시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노루 : (한 발 앞으로 나오며)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사람이든 동물 이든 상관없이 서로 말이 통하게 되지.
영길 : 오! 그렇구나.
너구리 : 너희들은 정말 착한 아이들이야.
여우 :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제일 착해.
미정 : 우리 친구들도 모두 너희들을 아끼고 사랑한단다.
동수 : 몇몇 나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너희들을 사랑하지.
다람쥐 : 난 지난번에 아이들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다리를 다친 후로 사람이 미웠는데 너 희들을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
동식 : 이제 안심해. 우리가 너희들을 지켜 줄게.
동물들 : (좋아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동식 :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뛰어 노는 우린 모두 친구지.
영길 : 그래! 우린 친구야.
미정 : 친구들끼리 손잡고 노래나 한 곡 부를까?
동물들 : (손뼉을 치며) 그래.
아이들과 동물들, 손을 잡고 둥글게 돌며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른다. `우리 모두 다함께` 노래가 숲 속 가득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서서히 막이 닫힌다.
초등학교교사이신 이한영선생님의 아동극본입니다.
이 한 영(李漢榮)
略歷: 49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등학교 졸업
진주 교육대학 졸업
제 93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아동문예작가회회원
경남문인협회 · 마산문인협회회원
아동극작가
현 마산시 삼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