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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형극본) 새봄이의 탄생

작성자
인형극단 친구들
조회
653
새봄이의 탄생


극본 이 한 영


때 : 초봄
곳 : 봄의 들판
나오는 사람들 : 종달새, 노랑나비, 개구리, 지렁이, 족제비, 두더지, 농부, 아이, 누렁이
무대 : 봄 들판, 장다리꽃, 자운영이 눈부시게 피어 있다.


1


막이 열리면, 경쾌한 음악 속에 종달새 울음소리가 온 무대에 가득 울려 퍼진다. 종달새가 빠르게 이리저리 날고, 노랑나비도 너울너울 춤추며 돌아다닌다.

노래 ; 랄 랄라라 랄 랄라라 새봄이 온대요.
꽃마차 타고서 봄 아가씨 오신대요.

어느새 개구리도 달려나와 펄쩍펄쩍 뛰며 어울리는데, 한 쪽 문으로 지렁이가 꾸물꾸물 기어 나오며 뭐라고 소리친다.

지렁이 :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제발 좀 조용히 해. 지금 이렇게 떠들고 있을 때가 아니 란 말야.
종달새 : (숨을 몰아쉬며) 왜 그래? 지렁아. 한 참 신나게 노는데.
나비 : 너도 우리처럼 사뿐히 날아 봐. 언제나 기어다니지만 말고.
개구리 : 갇혀 있다가 펄쩍펄쩍 뛰니까 살 것 같애.(또 한 번 펄쩍 뛴다.)
지렁이 : (손을 내저으며) 그게 아니라니까 글쎄, 얘들아. 지금 두더지 아주머니가 아기를 낳으려고 한단 말이야.
나비 : (놀라며) 뭐? 두더지 아주머니가 아기를?
동물들 : (동시에) 그게 정말이니?
지렁이 : 그래.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하라구.
종달새 : (들뜬 목소리로) 언제 낳는대?
지렁이 : 아까 족제비 할머니가 두더지 아주머니네 집으로 급히 들어가시던데, 아마 곧 낳으 려나봐.
나비 : (눈을 반짝이며) 아기 두더지는 얼마나 예쁠까!
개구리 : (종달새의 손을 잡고 팔짝팔짝 뛰며) 어머! 어서 보고 싶다, 얘.

그때 족제비 할머니가 팔을 걷어붙이고 바쁘게 걸어나오며 심부름을 시킨다.

족제비 : 얘, 개구리야. 어서 가서 물 한 통 떠오렴. 그리고 지렁이는 부드러운 지푸라기를 한아름 주워 오고.
나비 : (반색을 하며) 족제비 할머니, 어떻게 됐어요?
종달새 : 아기가 태어났어요?
족제비 : 아직 좀 더 있어야 될 것 같다.
개구리 : 언제쯤요?
족제비 : 늦어도 오늘 해 지기 전에는 나올 게다.
종달새 : (들뜬 목소리로) 해 지기 전!
동물들 : (모두 좋아 날뛰며) 야호! 해 지기 전이래.
족제비 : 쉿! 너무 떠들면 애기가 나오다가 놀라서 들어간단다. 개구리와 지렁이는 어서 시 킨 일을 하렴.
개구리, 지렁이 : (명랑하게) 예!

개구리가 물통을 찾아 들고 부리나케 달려나가고, 지렁이도 꾸물꾸물 그 뒤를 따라나간다. 족제비도 서둘러 들어가면, 나비와 종달새가 손을 맞잡고 좋아라 팔딱팔딱 뛴다.
그때 저쪽 문으로 농부와 아이가 등장하자, 종달새와 나비는 서둘러 무대 한 편으로 물러난다.

아이 : (꽃을 발견하고 달려가며) 야! 꽃이다.
농부 : (사방을 둘러보고는) 이제 완연한 봄이로구나!

농부가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한 대 재어 물고, 아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든다.

농부 : (담뱃대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오늘은 누렁이를 몰고 와서 이 밭을 갈아야겠다.
아이 : 오늘요?
농부 : 그래. 포근한 봄날, 밭갈기에는 최고의 날씨로군!
아이 : 밭을 갈아서는요?
농부 : 씨를 뿌려야지. 봄이란 씨앗의 싹이 트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거든.
아이 : 이 밭에 뭘 심을 건데요?
농부 : …고추도 심고, 감자도 심어야지.
아이 : 고추, 감자, 고구마, 무, 배추, 모두 다 심어요. 옥수수도 심고요.
농부 : 하하, 그러자꾸나. 이 밭 가득 골고루 심어서 잘 가꾸어 보자꾸나.
아이 : (신이 나서) 아빠, 어서 누렁이를 데리러 가요.
농부 : 그래, 어서 가자.

농부와 아이가 서둘러 나가면, 종달새와 나비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무대 가운데로 나온다.

나비 : (안절부절못하며) 이를 어째? 이를 어째?
종달새 : 하필 오늘 밭을 갈게 뭐람!

둘이서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데, 개구리와 지렁이가 물통과 지푸라기를 들고 들어온다.

나비 : (둘을 붙들고) 큰일났어, 얘들아. 오늘 밭을 갈겠대.
개구리 : (놀라며) 뭐? 밭을 갈아?
지렁이 : 차근차근 말해 봐. 그게 무슨 말이니?
종달새 : 아까 농부아저씨가 와서 둘러보고는 밭을 갈겠다며 누렁이를 데리러 갔어.
지렁이 : 이거 정말 큰 일이군!
개구리 : 어서 족제비 할머니께 알리자.

개구리와 지렁이가 물통과 나뭇단을 들고 서둘러 들어가고, 종달새와 나비는 안절부절 못한다.

종달새 : 지금이라도 빨리 이사를 가야하지 않을까?
나비 : (고개를 갸웃하며) 글쎄…….
개구리 : (뛰어 나오며) 아기가 태어나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된대.
지렁이 : (따라나오며) 족제비 할머니가 어떻게든지 밭가는 걸 연기시키래.
나비 : 어떻게 우리가 연기를…?
종달새 : 차라리 이사를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족제비 : (안에서 무대 쪽으로 몸을 반쯤 내밀며) 그건 안 된다. 지금 두더지 아주머니는 몸 을 꼼짝 할 수가 없단다. 어떻게든 너희들이 오늘 밭가는 걸 막아라.
개구리 : (걱정스럽게) 어서 좋은 수를 생각해 봐.
나비 : 왜 하필 오늘이람!
종달새 : 하긴 밭갈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지.
지렁이 : (울먹이며) 어떻게 해. 잘못되면…….
개구리 : 걱정하지 마. 반드시 무슨 좋은 수가 있을 거야.
종달새 :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옳지! 누렁이에게 부탁을 해 보자.
개구리 : 누렁이에게? 어떻게?
종달새 : 오늘만 게으름을 좀 부리라고 말이야. 그럭저럭 하루만 넘기면 되지 않겠니?
지렁이 : (반기며) 오! 참 좋은 생각이야.
개구리 : (고개를 갸웃하며) 그 고지식한 누렁이가 우리말을 들을까? 주인 말이라면 꺼뻑 죽는 녀석인데…….
종달새 : 그래도 지금은 그 방법 밖엔 없어. 누렁이가 좀 고지식하긴 해도 마음씨는 착하거 든.
나비 : 그래. 일단 누렁이에게 부탁을 해 보자. 나하고도 좀 친하게 지내니까 웬만하면 들어 줄 거야.
지렁이 : 그럼 빨리 서둘러. 벌써 오고 있을 거야.
종달새 : 알았어. 내 갔다 올게.

종달새가 날아나가고 나비도 그 뒤를 따라나가면, 무대 암전된다.

2

무대 밝아지면 다시 들판이다. 농부가 누렁이에게 쟁기를 매고 있다.

농부 : (쟁기를 바로 잡으며) 자, 누렁아. 그동안 너도 힘을 못써 몸이 건질거렸지? 이 밭대 기를 시원하게 갈아엎어 버리자. 자, 어서!
누렁이 : (눈만 끔뻑거릴 뿐, 꼼짝 않고 서서) 움메-.
농부 : 그래, 그래. 이 밭 갈고 맛있는 풀을 한 소쿠리 주마.

그러나 누렁이는 밭 갈 생각은 하지 않고 눈만 끔뻑거리며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농부 : (화를 내며) 얘, 누렁아! 너 왜 이러니? 너무 오래 쉬어서 밭가는 걸 잊어버렸니?
누렁이: (주인을 한번 쳐다보고는) 움메- (여전히 꼼짝 않는다.)
농부 : (고삐로 등을 때리며) 이랴! 이랴, 이랴!

여전히 누렁이가 꼼짝하지 않자, 저쪽에서 나비를 쫓아 뛰어다니는 아이를 부른다.

농부 : (큰 소리로) 돌쇠야, 이리 와서 누렁이 좀 끌어라. 무엇에 틀어졌는지 이 녀석이 단 단히 골이 났나보다.
아이 : (뛰어오며) 말 잘 듣는 누렁이가 무슨 일이지?

아이가 앞에서 누렁이의 코뚜레를 잡아 끌고 농부는 뒤에서 고삐를 휘둘러 보지만, 누렁이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 꿈쩍은 커녕 아예 논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농부 :(황당한 듯) 아니, 누렁아! 누렁아!
아이 : (재미있다는 듯) 우헤헤헤헤헤! 이녀석 이제 보니까 제법 개구쟁인 걸.
농부 : (누렁이의 귀에 대고 달래듯이) 누렁아, 왜 이러니? 밭 갈고 나면 맛있는 풀 한 소쿠 리 준다고 하잖니?
아이 : 아무래도 오늘 누렁이가 영 기분이 나지 않나 봐요.

그때 종달새와 나비가 날아 나와 지저귀며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 :(좋아서) 야! 나비다. 종달새야!

아이는 나비와 종달새를 쫓아 무대를 빙빙 돌고, 농부는 누렁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계속 누렁이를 달랜다.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가 한동안 온 무대를 가득 채운다.

농부 : (지쳤다는 듯이) 하긴, 너도 이리 좋은 봄날에 밭이나 갈고 싶겠니? (담배 한 대를 재어 물고 종달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참 좋은 날이다.

농부가 일어나 손짓으로 아이를 부르자, 아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달려온다.

농부 : (쟁기를 짊어지며) 누렁이 몰아라. 그만 내려가자.
아이 : 네에? 밭은 안 갈고요?
농부 : 내일 갈아야겠다. 아무래도 누렁이가 봄에 취했나보다.
아이 : (고삐를 잡으며) 누렁아, 일어나. 오늘 밭 안 간대.

누렁이가 알아들은 듯 벌떡 일어난다. 농부와 아이가 누렁이를 앞세우고 나가면, 동물들이 우루루 몰려나온다.

개구리 : (좋아서 펄쩍펄쩍 뛰며) 야호! 성공이다.
지렁이 : (가슴을 쓸어 내리며) 휴-,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
종달새 : 내가 뭐랬어? 누렁이가 의리가 있다고 했지?
나비 : 다음에 우리 누렁이에게 좋은 풀 많이 나 있는 곳을 알려 주자.
지렁이 : (안을 기웃거리며) 그런데 아기는 왜 아직 안 나올까?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개구리 : 어서 보고 싶다.

그때 안에서 족제비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나오고, 그 뒤로 두더지가 아기를 안고 떠라 나온다.

모두 : (반가워서) 야!
족제비 : (들뜬 목소리로) 태어났어! 얘들아, 새봄이가 태어났어!
모두 : (동시에) 와! 만세!
나비 : 아기 이름이 새봄이에요?
족제비 : 그렇단다.

동물들, 두더지를 둘러싸고 서로 먼저 아기를 보려고 야단이다.

개구리 : 어쩜! 너무 예뻐!
지렁이 : 너무 귀여워서 꼭 깨물어주고 싶어.
두더지 : 고맙구나. 너희들 덕분에 우리 새봄이가 무사히 태어났어.
나비 : 뭘요. 우리 모두 새봄이가 태어나기를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종달새 : (새봄이에게 다정하게) 새봄아, 어서 자라서 우리랑 함께 놀자.
족제비 : (모두를 둘러보며) 자,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 우리, 새봄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축제를 벌이자꾸나.
모두 : (신이나서) 네! 좋아요.

경쾌한 음악 속에 동물들이 부산하게 축제준비를 서두르고, 어느새 아이와 농부, 누렁이, 구경하던 아이들도 무대로 뛰어 올라 함께 춤추며 어울린다. 희망과 기쁨에 찬 노래소리가 온 무대에 울려퍼지면서 서서히 막이 닫힌다.

초등학교선생님이신 이한영선생님의 아동극본입니다.
이 한 영(李漢榮)

略歷: 49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등학교 졸업
진주 교육대학 졸업
제 93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아동문예작가회회원
경남문인협회 · 마산문인협회회원
아동극작가
현 마산시 삼계초등학교 교사